탈북민 한영(이설)은 관광통역안내사 면접시험을 보고 있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지닌 한영은 자격증을 취득하여 한 여행사에 취업한다. 아픈 선배 미선(이노아)을 대신해 처음 가이드로 나선 한영은 실수로 지각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원성에 호되게 신고식을 치른 한영은 한 꼬마 관광객의 위로를 받으며 일의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한영의 삶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먼저 한국에 도착한 동생 인혁 (전봉석)은 연락 두절이고,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은 한영을 고달프게 한다. 한국에서의 외로운 삶의 버팀목은 친구 정미(오경화)뿐이다. 정미의 응원에 힘입어 한영은 일에 성실히 임하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여행 가이드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탈북민 여성의 정착기를 그린 영화다. 여행과 정착이라는 영화의 주요 테마가 한영의 삶을 가로지른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한영의 의지를 꺾는 여러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동생 인혁은 한영의 플래시백 장면에서만 존재하고 현재의 모습은 영화에서 볼 수 없다. 중국에서 같이 살았던 중국인 친구 리샤오(박세현)는 돈을 벌기 위해 여행을 빙자로 한국에 불법 체류하려고 한다. 세명이 함께 꿈꿨던 한국에서의 삶은 파괴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이렇게 된 연유는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의 시대상에서 비롯된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에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를 탈북민 가이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영은 실적을 내기 위해 탈북민 선배 가이드의 좋지 않은 행동을 따라 하고 결국 불법적인 일에도 가담하기 시작한다. 이는 한국에서의 정착보다는 또다시 탈출을 강제하는 탈북민이 처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떠날 수밖에 없는 일종의 경유지로서 한국을 재현하며 배우 이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김현정 감독의 <흐르다>와 결이 같다. 두편의 영화 속 주인공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