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3호 [프리뷰] 브누아 슈 감독,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2023-10-22
글 : 송경원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Sirocco and the Kingdom of the Winds

브누아 슈/프랑스, 벨기에/2023년/78분/국제경쟁

10월 21일, 12:30, CGV 부천 4관 / 10월 22일, 13:30, CGV 부천 8관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익숙한 이야기와 독보적인 표현력, 섬세한 손길과 과감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줄리엣(로제 샤펜티에)은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다. 줄리엣은 8살인 언니 카르멘(마리네 베르티에오)과 함께 이웃에 사는 동화작가 아그네스 집으로 놀러갔다가 신기한 책을 발견한다. 바람을 조종하는 변덕스러운 마법사에 대한 동화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다. 두 소녀는 책의 힘에 의해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한 채 환상적인 바람에 휩쓸려 초현실적인 세계에 떨어진다.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환상의 세계에 우연히 도착한 소녀가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을 다룬 동화는 적지 않다. <시코로와 바람의 왕국> 역시 큰 틀에서는 비슷한 이야기지만 시코로만의 개성과 매력이 선명히 살아 있다. 사이키델릭한 세계로의 모험의 핵심은 그림을 통한 표현력에 있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부각한 움직임, 생태주의적 시선 등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산을 진하게 물려받았으며 그만큼 이 작품의 표현력은 감각적이고 과감하다. 선이 꿈틀대고 감정이 색채로 번지는 브누아 슈 감독의 상상은 아이들을 위한 것인 동시에 예술의 본질을 건드리는 마법 같은 순간을 창조한다. 그리하여 동화 속 세계에 빠져든 두 소녀의 생기발랄한 여정은 마침내 애니메이션이라는 물리적인 실체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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