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플라워 킬링 문’, 지구 반대편에서도 묻는다. 지금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10-25
글 : 이우빈

19세기 말 미국 오클라호마주,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세이지족의 영토에서 석유가 솟아오른다. 오세이지족은 단번에 세계 제일의 부자 집단이 되지만, 돈이 있는 곳엔 비극도 따르기 마련이다. 1920년대 들어 오세이지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흑막엔 바로 지역 유지로서 막강한 자본 권력을 쥐고 있는 윌리엄 킹 헤일(로버트 드니로)이 있다. 그리고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막대한 부를 지닌 오세이지족의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턴)와 결혼한다. 킹 헤일이 주창하는 가족, 신실함의 가치는 돈과 탐욕으로 검게 물들어 어니스트 부부를 잠식한다.

80대의 감독이 가장 젊은 영화를 내놓았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는 지금의 미국, 혹은 전세계가 앓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20세기 초 미국의 실화에서 찾는다. 서부 시대 미국을 참회하며 동시대를 읽는 영화는 많았지만 스코세이지의 강점은 언제나 캐릭터의 직조에 있다. 어니스트는 명확한 악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킹 헤일이라는 기성세대의 가치에 휘둘리면서 본인의 중심을 잃는 그 우둔함이 작금의 세계의 모습을 고스란히 응축해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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