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해보다도 영화시장은 오히려 더 얼어붙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 8월, 영화관을 찾은 총관람객은 2022년 3124만8077명에서 2023년 2884만4662명으로 줄어들었다. 여름 빅4인 <더 문>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저력을 보여줬지만 각각 514만명, 385만명으로 스코어를 갈무리하면서 극장행에 냉담해진 관객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추석 시장에 대한 깊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같은 날 맞붙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은 추석 연휴를 낀 첫주 사흘 동안에 관객수 1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2020~21)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거미집>은 현재 관객수 31만명으로(10월 셋째 주 기준) 연휴 직후 개봉해 전통적인 텐트폴 경쟁작들을 추월한 코미디영화 <30일>(10월 셋째 주 기준 128만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국영화의 서사와 장르,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 극장과 관객이 모두 갈림길에 선 지금, 섣불리 그 운명을 암울하게 점치기보단 우선 정확한 풍경을 보아야 할 때다. 여름과 가을의 박스오피스를 개괄하고, 주요 수치와 키워드 분석을 그래프로 담았다. 송형국 평론가는 근대적 서사의 한계가 두드러진 올해의 위기를 짚으며 한국영화에 주어질 앞으로의 몇년에 신중한 염원을 보탰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한국영화 흥행 진단 기획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