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국내 언론 중 최초로 <더 마블스>의 니아 다코스타 감독과 만났다.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의 두 번째 단독 주연 실사영화다. 전작 <캡틴 마블>(2019)에서 슈프림 인텔리전스에게 복수한 캡틴 마블은 웜홀로 가 미즈 마블(이만 벨라니)과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와 얽힌다. 세 여성 히어로는 팀 ‘더 마블스’를 이루어 우주의 위기를 구하기 위한 행성 여행을 떠난다. 한편 한국 관객들에게 <더 마블스>는 배우 박서준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박서준이 분한 얀 왕자는 더 마블스의 행성 여행 중 짧게 만나는 캐릭터로, 출연 분량을 넘어서는 인상을 남길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시놉시스와 캐스팅을 제외하곤 영화에 관련한 그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지금, 니아 다코스타 감독에게 영화에 대해 미리 유추해볼 수 있는 질문과 한국 배우 박서준과의 작업기에 관해 물었다.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는 것도 처음이고, 슈퍼히어로영화를 연출하는 것도 처음이다.
=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선 <더 마블스>와 같은 거대 규모의 영화를 맡는 것이 처음이었다. 마블 스튜디오와 함께 가벼운 마음과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를 만들어갔다. 특히 평소 해보고 싶었던 액션 시퀀스나 큰 규모의 VFX 작업을 경험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전작 <캔디맨>에도 VFX가 들어갔지만 작은 규모의 호러영화였다. 반면 <더 마블스>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거대 우주에서 보낸다. (웃음) 평소 우주나 천문학에 흥미를 가졌던 터라 신나게 작업했다.
- 지금 시점에서 <더 마블스>와 박서준이 연기한 얀왕자에 관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있나.
=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의 과거를 탐구해가는 영화다. 캐럴이 어벤져스에 합류하기 이전, 그가 만나고 겪었던 사람들과 장소들을 방문하는 이야기다. 캐럴이 만나는 이들은 우리에게 캐럴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지표가 될 것이다. 박서준이 연기한 얀 왕자도 그들 중 하나다.
- 한국에선 박서준의 캐스팅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떻게 <더 마블스>에 합류했나.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주변 친구들이 “너도 좋아할 거야”라며 박서준이 출연한 <이태원 클라쓰>를 추천했다. 나 역시 청소년기에 한국 드라마의 팬이었기 때문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이태원 클라쓰>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그 작품에서 박서준이 정말 멋있게 나왔다! 이후 박서준이 출연한 다른 작품들도 챙겨보며 그의 이름을 기억해뒀다. 이후 <더 마블스> 연출을 맡게 됐고, 얀 왕자 배역에 누가 어울릴까 고민하던 중 박서준이 떠올랐다.
- 청소년기를 사로잡은 한국 드라마가 궁금하다.
= <온에어> <소울메이트> <내 이름은 김삼순>을 특히 좋아했다.
- <더 마블스>에서 관객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 영화의 첫 대규모 전투 신을 주목하길 권한다. 그 신을 사랑하고, 연출해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 또 영화 후반부에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어떤 장면이 있다. 정말이지 그 장면은 지금도 나를 미치게 한다.
- 이번 영화에서 고양이 구스는 탱고와 니모라는 이름의 두 고양이가 연기했다고 들었다.
= 고양이들은 길들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탱고와 니모는 훈련시키는 일부터 무척 즐거웠다. 우리 세트장 중 고양이 화장실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고양이들이 그 위를 화장실이라 느끼고 아무 연기도 안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고양 이들이 똘똘해서 연기를 곧잘 하더라. (웃음) 고양이들에겐 최대한 CG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 중에선 이만 벨라니가 고양이들을 가장잘 다루었다.
- 서로 다른 팀원을 통솔하고 이끌어야 하는 캐럴 댄버스에게 <더 마블스>의 감독으로서 이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나.
= 캐럴은 자신의 어깨에 온 세계의 평화가 얹힌 듯한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그건 이번 영화 이전에도 몇 차례 캡틴 마블을 연기한 브리 라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화 밖에서도 브리는 우리 모두의 리더가 되어줬다. 물론 모니카 역의 티오나 패리스도 <완다비전>에 출연한 전적이 있고, 미즈 마블 역의 이만 벨라니 또한 <미즈 마블>에 출연한 적 있지만 그래도 <더 마블스>만큼의 스케일을 가진 영화엔 처음 출연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브리가 티오나와 이만을 많이 이끌어주었다. 나 역시 캐럴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캐럴처럼 영화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다 보니 함께한 이들의 협업에 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박서준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온 배우들이 한 영화로 뭉쳤다. 이같은 캐스팅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 배우 캐스팅은 감독이 생각하기에 흥미롭고 다채로운 면모를 지닌 배우를 해당 배역에 채워넣는 작업이다. 박서준의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내 입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낯선 얼굴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 박서준은 <이태원 클라쓰>를 포함한 한국 드라마에서 엄청난 두각을 드러낸 익숙한 얼굴이다. 게다가 박서준은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토론토국제영화제도 다녀오지 않았나. 영화의 영향 아래 전세계가 점점 많은 교집합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이다.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스토리텔링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