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강렬한 시각적 요소가 담긴 스토리가 중요하다”, ‘나는 힙’ 존 머스커 감독
2023-11-02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작품은 창작자를 닮는다. 존 머스커 감독의 밀도 높은 에너지를 마주해본 이라면, 그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활기를 금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에 BIAF 심사위원장으로서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존 머스커 감독이 신작 <나는 힙>과 함께 11년 만에 BIAF를 찾았다. 마스터클래스 ‘존 머스커 - 탐정에서 감독까지’에서 신작을 포함한 주요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들려주었고, 애니메이션 장르의 발전에 기여하고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수여하는 BIAF 명예공로상의 주인공이 됐다.

칼아츠를 졸업한 뒤 1981년부터 월트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위대한 명탐정 바실>로 장편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다. 후에 오랜 파트너인 론 클레멘츠 감독과 <인어공주>(1989), <알라딘>(1992), <헤라클레스>(1997), <보물성>(2002), <공주와 개구리>(2009), <모아나>(2016)를 제작했다. 존 머스커 감독은 “언젠가 내가 떠나더라도 나의 작품은 남아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더없이 큰 행운”이라고 말하며 끝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신작 단편애니메이션 <나는 힙>이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건 30여년 전의 일이다. “그때 <I’m Hip> 노래를 처음 들었다. 듣자마자 ‘이건 된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에 딱이다’ 싶더라.”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지만, 그는 오랜만에 감독이 아닌 애니메이터로서 대부분의 장면을 손수 그렸고 그 과정이 더없이 즐거웠다고 전했다.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고양이는 “나는 힙해”라는 노랫말과 함께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시종 느긋한 태도로 자신이 얼마나 삶을 즐기고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고양이가 인간 무리에 섞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설정 덕에 주인공이 갑자기 네발로 걷고 ‘야옹’ 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 특히 고양이가 춤추는 신을 그릴 때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댄스 장면을 그릴 때 실제 무용가, 안무가를 초빙해 그들이 추는 동작대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첨언하자면 고양이가 만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내 지인들이다. 함께 작업했던 담당자들과 가족, 내게 애니메이션을 가르쳐준 멘토까지 세보면 120명은 족히 될 것이다.”

<나는 힙> 외에도 <보물성> <알라딘> <헤라클레스> 등 그는 그동안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험담을 선호해왔다. “실제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훨씬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SF, 미스터리물, 코미디, 동화, 강력한 악당이 나오는 서사까지 전부 좋아한다.” 대규모 스튜디오에 피칭 가능한 빌런 스토리도 준비 중이지만 지금으로선 소규모 팀과 함께 자기 주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좀더 흥미를 느낀다고. ”현재 6개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이중 어떤 아이디어가 어떤 작품이 될지는 나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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