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인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클라나드> 등을 연출한 이시하라 다쓰야 감독이 BIAF를 찾았다. 그는 2015년부터 다케다 아야노의 원작 만화 <울려라! 유포니엄>의 TV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고 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타악기를 합해 대규모로 연주하는 음악) 연주 동아리 소속 유포니엄 연주자 오마에 쿠미코의 고등학교 3년을 다룬 청춘물이다. 시리즈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실제 취주악기의 연주 장면이다. 이시하라 다쓰야는 처음 작품의 연출을 맡았을 때만 해도 취주악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실제 취주악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취재하러 다니기 시작했”고 “그들이 악기를 어떤 식으로 다루고, 연주하지 않을 땐 어떻게 두는지를 관찰”하며 작화의 디테일을 잡아갔다. “전공자의 연주 영상을 토대로 작화에 돌입한다. (인터뷰에 동석한 프로듀서들을 흘깃 보며) 솔직히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산업이 넉넉한 제작 기간을 담보하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안에 관악기의 운지를 표현하는 일은 정말 품이 많이 들어 꼭 필요한 컷이 아니면 손 표현은 생략하는 편이다. (웃음)”
올해 BIAF의 국제경쟁 부문에 초대된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이하 <앙상블 콘테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의 다섯 번째 극장판으로, 취주악부의 부장이 된 쿠미코가 ‘앙상블 콘테스트’를 총괄 진행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쿠미코는 친구들을 아우르고 통솔하며 자신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시하라는 쿠미코를 바람직한 리더라 평가한다. 쿠미코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자신감 부족으로 실수를 연발하는 마림바 연주자 츠바메와의 에피소드다. 이를 두고 이시하라는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한 것”이라 평가한다. 이시하라가 작품의 클라이맥스라 생각하는 장면 또한 쿠미코와 츠바메가 협동해 마림바를 운반하는 장면이다. 이시하라는 “건반이 많은 마림바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그리는 일이 성가셨”다며 투덜대면서도 “서로의 진심을 공유하는 순간”이라며, 그가 생각하는 <앙상블 콘테스트>의 대주제를 은연중에 함축해주었다. 이시하라로 하여금 8년째 동일한 시리즈를 연출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관객의 피드백이다. 그는 <앙상블 콘테스트> 상영회에서 만난 한 트럼페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울려라! 유포니엄>을 처음 보고 트럼펫을 전공하게 됐어요!”라고 말해준 것이 근래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학생들의 고군분투기는 자연히 재능에 관한 담론으로 읽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시하라는 본인을 지극히 평범한 예술가라 못박는다. “지금껏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해 성과를 이루는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노력이 보상을 가져온다는 명제를 맹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