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영화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씨네21>과 함께하는 씨네마콘서트 현장
2023-11-03
글 : 남선우
사진 : 김호빈 (객원기자)

제목을 몰라도 끄덕일 수 있는 음악, 장면이 흐려져도 정서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씨네21>과 강북문화재단이 그 친근한 선율과 이미지를 엮어 강북진달래홀 무대 위에 올렸다. 클래식을 영화음악으로 다시 듣는 <씨네마콘서트>는 1부 토크 세션과 2부 공연 순으로 꾸려졌다. 막이 오르자 ‘클래식 영화음악, 어떻게 들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뮤지션이자 현대미술가, 그리고 배우인 백현진이 자리했다. 그는 익숙한 클래식이 영화에 흐르면 이야기보다 음악이 돋보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모든 것은 감독의 역량”이라 대답하며 클래식을 영화에 잘 쓰는 연출자로 박찬욱 감독이 있다고 짚었다. 진행자가 <헤어질 결심>을 채운 ‘말러 교향곡 5번’을 언급하자 객석에서도 공감의 눈짓이 떠올랐다. 백현진은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유 캔 카운트 온 미>의 오프닝 직후 등장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복수는 나의 것> <춘몽> 등 음악감독 경험도 있는 백현진은 자신이 작업한 영화음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결과물로 <경주>의 엔딩곡 <사랑>을 꼽았다. 이 노래를 함께 만든 고 방준석 음악감독에 대한 회고도 뒤이었다. “형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떠올리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경지식 없이 클래식 즐기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어떤 평론가의 말에도 휘둘릴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 귀에 좋은 것을 찾아가세요. 클래식에 쫄지 마세요!” 관객이 느낄 막연한 두려움을 잠재우는 한마디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다음으로 권해효 배우의 코멘터리가 어우러진 클래식 공연이 펼쳐졌다. 연주는 델아트앙상블이 맡았다. 권해효 배우는 매 연주 이전에 곡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해당 곡이 영화에 어떻게 쓰였는지 들려줬다. 그는 첫곡 해설에 앞서 “20년 넘게 강북구 우이동에 살고 있다”라며 마이크를 잡게 된 인연을 말했다. 전문 사회자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그를 향한 호응이 2부 순서를 예열했다.

델아트앙상블은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사랑의 인사>, <동감>에서 <G선상의 아리아>, <엽기적인 그녀>에서 <캐논 변주곡>을 소환했다. <대부3> <분노의 주먹> 등 여러 할리우드영화에도 쓰인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벨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은 <베테랑>의 명장면들과 나란히 무대를 밝혔다. 권해효 배우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비극적인 전개를 설명하며 <베테랑>의 비장한 구석과 통하는 것 같다는 감상 또한 남겼다.

음악의 쓸모

피날레는 <암살>에서 독립군들이 휴식 도중 연주한 <유머레스크>가 장식했다. “열사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웃음과 여유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선곡의 의도를 헤아린 권해효 배우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음악을 들으며 ‘이런 영화가 있었지~’ 하고 그때를 되새기고 계신가요? 오늘 보고 싶어진 영화가 있다면 꼭 집에 가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번지점프를 하다>를 추천하고 싶네요. 그럼 언젠가 동네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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