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국 영화팬들을 뜨겁게 달군 영화가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이수걸작>이 그 주인공이다. 중고라는 뜻의 ‘이수’와 최고의 작품을 뜻하는 ‘걸작’의 모순적인 두 단어의 조합이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그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모양새다.
영화의 주인공은 국어 선생님인 아버지와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다. 영화는 엉뚱하게도 아버지의 발기부전으로부터 시작된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이 학교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아들이 추락한 곳은 다름 아닌 여학생 기숙사 담벼락, 아들은 여학생들의 사진을 몰래 찍으려다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이다.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위해 불명예보다는 차라리 자살이 낫겠다며 밤새 아들을 대신해 가짜 유서를 썼고 유서가 공개되며 하루아침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일으켜 엄청난 지지와 관심을 받은 후 2억원에 가까운 판권비를 벌고 아들의 이름으로 책까지 출판하기에 이른다.
줄거리를 들으면 비슷한 영화가 떠오를 텐데 <이수걸작>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지상 최고의 아빠>를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 영화다. 하지만 원작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게 각색되었는데 특히 원작의 너무 센 설정 등을 심의에 맞게 순화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코미디 정서가 기존 중국영화들이 비슷하게 공유하던 코미디의 그것과는 달라서 신선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폭소를 자아내며 중국영화계에 존재감을 톡톡히 알린 왕자소 감독은 1988년생으로 이 영화가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신인이기는 하지만 마냥 신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중고 신인 같은 노련함이 돋보이는 이유는 왕자소 감독의 배후에 신인감독 등용문으로 유명한 닝하오 감독 사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인감독의 연출력을 견인해줄 만한 관록 있는 코미디 배우인 우화위가 조화를 이루고 배우 쉬정, 닝하오 감독 등 익숙한 얼굴이 카메오로 출연해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는 인간의 체면을 채우려는 허영과 문학계와 대중에 대한 자성,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버지의 행보를 통해 부조리함에 대한 풍자와 코미디로 가득 채운다. 국경절 연휴와 연말 성수기 사이의 11월 비수기를 떠들썩한 입소문으로 점령하고 있는 이 영화가 과연 어디까지 질주할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