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너를 부르는 시간’, 소녀의 사랑에 너무 많은 것이 끼어들어서
2023-11-15
글 : 유선아

유능한 워커홀릭 변호사 뤄즈(장설영)는 아직도 옛사랑을 잊기 위해 애쓴다. 비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그 추억은 뤄즈가 어렸을 적에 아주 잠깐 마주쳤을 뿐인 한 소년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한다. 소년의 이름이 성화이난(신운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날 이후로 뤄즈에게 그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뤄즈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시험 성적 순위표에서 전교 1등으로 전학 온 성화이난의 이름을 발견하지만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어느 날 담벼락에 남긴 뤄즈의 필기에 성화이난이 답하면서 둘은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로 마음을 적어 나누게 된다.

얄궂은 운명으로 서로를 알게 된 이후 이 사랑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비집고 들어선다. 극복할 수 없는 두 집안의 사정에서부터 둘 사이를 매개하는 서사적 장치들은 풋풋하고 발랄한 사랑의 감정과 쉽사리 이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번갈아 전하려 시도한다. <너를 부르는 시간>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긴 시간을 아우르는 청춘 멜로다. 학교와 대학 캠퍼스를 주 무대로 중국의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담아내고 있으며 10대에서 30대까지 역할을 두 주연배우가 맡아 끌어나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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