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게임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2023-11-22
글 : 김철홍 (평론가)

때는 제10회 헝거게임을 앞둔 시기. 게임의 창시자 카스카(피터 딘클리지)는 헝거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지 않아 고민이다. 이에 새로운 룰을 고안하는데, 바로 게임의 참가자에게 멘토를 지정해주는 것이다. 멘토는 자신의 멘티를 경쟁력 있는 참가자 또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대가로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다. 그 누구보다 출세를 간절히 원하는 인물이 있으니 한때 부유했으나 현재는 초라한 삶을 살고 있는 스노우 가문의 코리올라누스(톰 블라이스)다. 그가 맡은 참가자는 12구역 출신의 루시 그레이(레이철 지글러)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 보이진 않지만 모두를 사로잡는 노래 실력을 가진 루시를 보며 코리올라누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코리올라누스는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편법을 사용하는 것도 마다않는데, 그 모습을 카스카에게 발각돼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기존 시리즈의 65년 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자 캐피톨의 독재자인 스노우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프리퀄이다. 원작자 수전 콜린스가 2020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토대로 시나리오의 초안을 썼으며,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부터 연이어 시리즈를 연출해온 프랜시스 로런스가 다시 한번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영화는 기존 시리즈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구경거리로서의 게임을 보여주는 영화라기보다 ‘헝거게임’ 자체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게임의 승자는 중반부에 이미 결정이 나며 그 후에는 평화유지군이 된 코리올라누스가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순수했던 그가 ‘뱀’이 되는 과정을 통해 미래 스노우가 벌이는 악행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여러모로 기존 세계관을 즐겨왔던 사람들 입장에선 반가울 만한 8년 만의 신작이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홀릴 매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오디션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성이 된 레이철 지글러의 노래만큼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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