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길위에 김대중’, 쉽게 굽히지 않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고 오직 전진
2024-01-10
글 : 이자연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역사가 비추지 않았던 조각을 찾는 데 집중한다. 사상 최초로 공개되는 미공개 영상과 시각 자료, 김대중 전 대통령 주변인의 목격담과 증언은 그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공들인 시간을 증명한다. 작은 배 한척으로 시작한 해운회사로 목포의 유망한 청년 사업가가 된 김대중은 사업 규모를 빠르게 전국 단위로 키워나갔다. 경제 순환의 중심에 선 그는 가장 먼저 전국에서 가장 큰 지방 신문사인 <목포일보>를 인수했다. 6·25전쟁 발발 이후,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이승만 정권의 횡포와 폭압, 무책임을 목격한 김대중은 사상과 이념,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자기만의 답변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꿈을 직접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그가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긴 역사를 다양한 관점을 빌려 나열한다. 혼돈의 시대를 통과하는 근현대사적 관점에서부터 굳건하게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간 개인의 의지, 민주주의를 열망한 시대정신까지 하나의 메시지에 머물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장면을 그러모은다. 순탄치 않은 삶의 굴곡은 김대중의 투지를 더 빛나게 비춘다.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 등의 극적인 사건들은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쉽게 굽히지 않았던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그가 맞닥뜨린 역경과 어려움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의 시대상과 정치적 긴장감, 국민적 열망과 바람, 역사적 분기점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다섯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 네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세번의 대선 낙선을 거친 낙선 전문가. 그를 가리키는 표현에 담긴 함의가 여러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해석되는 이유기도 하다.

<길위에 김대중>의 영화적 연출과 구성은 다소 단순하다. 밋밋하거나 늘어진 듯 느껴지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극적인 역사적 사실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그 결과 현재적 관점으로 인물의 소신과 결단에 몰입하게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제 음성 기록과 주변인의 증언, 미디어 기록을 꼼꼼하게 활용한 장면들은 다큐멘터리영화로서의 성실성을 보여준다. <청춘 선거> <노회찬6411> 등 정치적 일상, 일상적 정치를 영화로 연출해온 민환기 감독은 궁극적인 메시지를 제안하기보다 관객이 오늘의 자화상을 돌아볼 수 있도록 엔딩을 활짝 열어둔다. <길위에 김대중>은 1월10일 전국 개봉과 함께 해외 27개 도시에서 동시 개봉한다.

“민주주의는 회복될 것입니다. 나는 그걸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협하는 무수한 음모에도 흔들리지 않는 김대중의 외침이다. 납치, 살해 위협 등 지난한 고개를 넘어서고 죽음을 선고받은 마지막 순간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되새겼다.

CHECK POINT

<문재인입니다> 감독 이창재, 2023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담한 생활과 일상을 담은 기록영화. <길위에 김대중>이 주인공의 자전적인 기록을 현대사적 관점으로 정리했다면 <문재인입니다>는 피사체의 업적으로부터 한 발자국 거리를 갖고 일상과 보통의 나날을 보여준다. 다만 사실에 입각한 기록들, 주변인의 증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영화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잃지 않았다는 교집합을 지닌다. 특히 선과 악, 흑과 백, 피와 아 등 단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사회문화적 맥락을 전체적으로 살펴 관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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