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살인자의 쇼핑몰' 강지영 작가, 강한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계속 쓸 것이다
2024-01-18
글 : 이유채
사진 : 최성열

1월17일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공개를 앞두고 원작 소설인 <살인자의 쇼핑몰>(총 2권, 시리즈는 1권을 배경으로 한다.-편집자)이 주목받고 있다. 강지영 작가에 따르면 원작은 “삼촌 진만으로부터 조용히 킬러 선행 학습을 받아 저도 모르게 어느 경지에 오른 조카 지안이 빌런들과 대적하는 이야기”다. 2007년부터 만화 잡지 <팝툰>, 공포 장르 소설 웹진 <매드클럽> 등에서 여러 장르가 혼종된 작품을 발표해온 강지영 작가는 역사 판타지 <신문물 검역소>, 여성 액션 스릴러 <심여사는 킬러>, tvN에서 드라마화된 단편소설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 10권 이상의 작품을 펴내며 모든 장르에 능통한 작가로 자리 잡았다.

- 소설 속 정진만은 ‘이마 가장자리부터 탈모가 시작돼 언뜻 40대’로 보이는 ‘털보 아저씨’로 묘사되는데, 그 역할에 이동욱 배우가 캐스팅됐다.

= 정말 놀랐다. 정진만은 외적으로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속 김 사장(김상일)이나 <심슨 가족> 중 호머 심슨을 떠올리며 만든 캐릭터였다 보니. (웃음) 그러나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이동욱씨는 믿고 보는 배우지 않나. 오래 활동하며 서사가 생기고 근사해진 그의 얼굴이 참 좋은데, 그런 매력이 살아 있는 또 다른 느낌의 정진만이 탄생할 거란 기대가 있다.

- 반면 김혜준 배우가 정지안 역을 맡는다는 얘길 듣고는 어땠나.

= 지안은 반항심도 책임감도 강하고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도 많은 다면적 캐릭터인데 <킹덤> <미성년> <구경이>에서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준 김혜준 배우라면 잘해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취미로 살인을 즐기는 사람과 직업으로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사람’을 위한 무기 쇼핑몰이라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어떻게 이야기를 떠올렸나.

=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발표하고 난 뒤였다. 그 작품에 관해 친구와 대화하다가 “살인 도구를 파는 쇼핑몰이 있다면 정해진 카테고리 안에서 쉽고 편하게 무기를 살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라고 물었는데 친구가 그것도 얘기가 되겠다며 호응해줬다. 그럼 나중에 이것도 써보자, 해놓고 잊고 살다가 문득 다른 작품을 쓰는 도중에 생각이 났다. 그길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이 지안이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된 건 내가 강한 여자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심여사는 킬러>를 비롯해 꾸준히 여자가 액션하는 이야기를 써왔다. 현실에서 여자가 남자를 힘으로 이기기 어렵고 이길 수 있는 그라운드 자체가 없다 보니 허구에서라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 진만과 지안을 삼촌과 조카 사이로 설정한 이유는.

=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가문 대대로의 기질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안은 20대 어린 여성이 품기에 대단히 위험하고 큰 야망을 갖는데 그가 그러한 인물로 나아가는 건 야욕적인 정진만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시선을 확장해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와 50년대에 태어난 내 아버지 세대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버지의 친구를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않나. 그동안 살면서 만났던 권위적이고 구습을 따르던 삼촌들 그리고 아버지의 면면을 정진만 캐릭터 하나에 녹여냈다. 지안이 그런 진만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은 내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여겨왔던 아버지 세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 지안이 킬러와 대적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액션의 쾌감도 상당하지만 죽은 삼촌에 대한 지안의 감정이 더 강하고 중요하게 느껴진다.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죄책감이 밀도 높은 슬픔을 만들어내는데, 그 슬픔이 이 장르물을 특별하게 한다.

= 우수, 슬픔, 외로움, 고립감 그리고 애절한 마음은 지안의 생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먹구름 같은 것이고 그것은 걷히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부모와 삼촌의 죽음 외에도 많은 배신과 죽음이 지안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안은 결코 밝을 수 없는 인물이다. 행복을 찾기도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작가로서 내 인물이 결국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나갔다.

- 소설에서 정진만은 ‘타인을 믿는 사람, 믿는 척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 인간 따위 절대 안 믿는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으로 세상 사람들을 분류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셋 모두에 해당된다고 말하는데 작가님의 경우는 어느 쪽인가.

= 믿는 척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끝까지 듣고 지켜보는 사람이다. 오래 생각하고 뒤늦게 결정하는 편이라 혼자 남는 경우가 허다한데 ‘조용한 관찰자’란 포지션이 작가로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 ‘슈퍼IP 글쓰기’란 강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슈퍼IP를 나도 아직 찾고 있는데 장르, 순문학, 웹툰, 웹소설 다 해본 작가가 한국에 많지 않다 보니 이런 강의를 맡게 된 것 같다. (웃음) 근래에는 공모전 심사도 열심히 하러 다녔다. 장르 문학 한다고,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았다고 환영받지 못했던 내가 말이다. 앞으로는 어떤 필드에서 활동하든 새로운 글을 쓰는 작가라면 같이 성장해나가고 싶다. 좀더 그럴듯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도록 기획, 개발을 돕고 판로를 개척해나가는 역할까지도 힘닿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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