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거장이라는 나침반을 따라, ‘웡카’ 폴 킹 감독
2024-01-18
글 : 정재현

로알드 달이 1964년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세상에 공개한 이래 작품 속 초콜릿 공장주 윌리 웡카는 특유의 잔혹한 사랑스러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설은 두 차례 영화화됐고, 진 와일더와 조니 뎁의 윌리 웡카는 각기 다른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2023년 <패딩턴> <패딩턴2>를 연출한 폴 킹 감독이 쇼콜라티에가 되기 이전 윌리 웡카의 삶을 다룬 프리퀄 <웡카>를 선보인다. 달콤하지만 넘겨받기엔 무거운 부담이 따르는 윌리 웡카의 톱 햇은 존재만으로 청춘의 표상이 된 티모테 샬라메가 승계했다. <씨네21>이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웡카>의 폴 킹 감독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 칼라 레인, 키건 마이클 키와 만나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오랜 동료인 사이먼 파너비가 어김없이 각본가로 참여했다.

= 사이먼과 나는 정말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 그는 아무도 안 봤을 내 데뷔작 <버니 앤 더 불>(2009)에선 주연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웡카>의 각본을 작업할 당시 우리는 재미있고 마법 같은 영화 이상으로 관객이 <웡카>와 함께 정서적 여정을 떠날 수 있길 바랐다. 사이먼은 특히 동심의 설렘과 신선함을 상기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웡카>를 작업하면서도 사이먼과 어릴 적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었던 경험과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을 관람한 후 들었던 감정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패딩턴> 시리즈의 원작자인 마이클 본드 또한 아동문학의 대가다. <패딩턴>의 각색 경험이 또 다른 아동문학의 거장인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을 각색하는 데 영향을 끼쳤나.

= 거장이 지은 세계에 무언가를 쌓아올리는 경험은 친구의 장난감 상자를 뒤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거장들의 어깨 위에 서서 그들의 유산을 영화로 이어가는 일은 특권처럼 느껴진다. 거듭 거장의 명작을 다룰 때마다 겁을 먹기도 하지만 원작자의 방향성을 떠올리면 내 안에 강력한 나침반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이클 본드의 경우 타계 전 영화화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로알드 달은 <웡카> 제작 당시 이미 고인이어서 유족에게 동의를 받아야 했다. 사실 우리 프로듀서 중 한명인 루크 켈리가 로알드 달의 손주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생전 로알드 달이 윌리 웡카에 관한 여러 외전을 단편소설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나는 로알드 달이 윌리 웡카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로알드 달의 시각에서 윌리 웡카의 창업 초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 윌리 웡카를 다룬 이전의 두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나.

= <웡카>를 위해 다시 찾아보진 않았다. 어린 시절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을 본 이후 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영화의 이미지가 책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는 원작 소설의 열렬한 애독자였다. 1980년대에 나온 개정판 소설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도 읽어서 책의 가운데 페이지가 떨어져나갈 정도였다. 그리고 윌리 웡카를 사랑해 초콜릿 공장에 살고 싶었고 윌리 웡카의 황금 티켓을 기다렸다. 소년일 때부터 나는 냉소를 두르고 공장 벽 뒤에 숨어 상처 입은 영혼을 감춘 윌리로부터 열린 마음과 낙천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윌리 웡카는 아이들의 영혼에 거는 기대가 커 자신의 상속자를 찾기 위한 황금 티켓을 초콜릿에 숨겨두지 않았을까.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의 빼어난 이유는 윌리 웡카가 영화 속에서 감정의 주체 자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건 로알드 달의 작법이기도 하다. 기괴하고 떠들썩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 말이다. <웡카>를 만들 때도 윌리 웡카를 서사의 감정적 구심점에 놓으면서 그의 기이한 면을 더한다면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 있어 티모테 샬라메를 기용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는 윌리 웡카 특유의 기행과 기묘함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코미디 감각도 갖췄다.

- 티모테 샬라메와는 카메라 뒤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 그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에서 티모테를 봤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심지어 그를 <홈랜드>(2012)에서 봤음에도 동일 배우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레이디 버드>(2017)에서도 적은 분량이지만 등장마다 관객의 웃음을 부르는 연기도 놀라웠다. <듄>(2021)까지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놀랍고 완벽하다. 어떤 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감독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배우 스스로와 자신의 배역 사이에 일말의 경계를 두고 싶은 마음일 터다. 하지만 티모테는 똑똑하고 섬세하며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하는 배우라 감독과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때 티모테와 나눈 모든 대화가 버릴 것 없이 좋았다. 티모테는 감독이 볼 수 없는 영역을 응시하며 윌리 웡카의 변화무쌍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중에 깊은 감정 연기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가 뛰어난 배우라는 게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 <패딩턴2>에 이어 휴 그랜트가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처음 움파룸파의 외양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의 반응이 궁금하다.

= 재밌는 일화가 있다. 휴에게 처음 그래픽을 보여줬을 때만 해도 의상 디자인이 미완이었다. 그래서 휴는 졸지에 누드인 움파룸파를 처음 보게 됐다. 누드인 움파룸파도 보여주고 싶지만 그건 충격 그 자체여서 분명 어린이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다. (웃음) 휴 또한 충격을 받았겠지만 그는 자신의 여러 모습을 객관화하는 데 능숙한 배우라 자신의 퍼포먼스가 애니메이터들의 작업과 잘 협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휴는 우리에게 움파룸파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많은 피드백을 전했고,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사용했을 때 적재적소에서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 조언했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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