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나의 올드 오크’, 어떤 비극의 순간에도 연대를 외치는 신념
2024-01-17
글 : 조현나

시리아 난민들을 태운 버스가 영국의 한 폐광촌에 예고 없이 도착한다. 빈곤에 지친 일부 주민은 이들을 멸시하고 경계하지만, 이방인들을 환대하며 기꺼이 생필품을 나누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데이브 터너)는 후자의 인물이다.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던 난민 여성 야라(에블라 마리)를 도와준 뒤로 두 사람은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켄 로치 감독의 시선은 여지없이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외면당한 노동자들에게로 향한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난민을 대하는 노동자들의 태도 역시 주요하게 다룬다. 때문에 <나의 올드 오크>의 미덕은 TJ와 야라의 우정에서 발견 가능하다. 두 인물은 마을 주민과 난민, 각자 소속된 공동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TJ가 야라를 일방적으로 돕는 형태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 모두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하에 둘은 친구가 되고, 둘의 관계는 올드 오크를 기점으로 주민과 난민의 연대가 형성되는 초석이 된다. 꾸준히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켄 로치 감독의 메시지가 다시금 강조되는 대목이다. 감독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 그의 마지막 장편으로 알려진 영화이며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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