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넥스트 골 윈즈', 축구영화라 쓰고, 아메리카사모아 투어라 읽는다
2024-01-24
글 : 김경수 (객원기자)

<넥스트 골 윈즈>는 2001년 월드컵 예선에서 호주 국가대표에 31 대 0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배해서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다. 때는 2011년 월드컵 예선을 한달 앞둔 시점이다. 오합지졸인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소원은 A매치에서 한골이라도 득점하는 것이다. 그들 앞에 불같은 성격으로 물의를 연달아 일으킨 감독 토마스 론겐(마이클 패스벤더)이 등장한다. 토마스는 토속적인 정서와 여유가 가득한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훈련장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의 문화에 서서히 동화되기 시작한다. 〈넥스트 골 윈즈>는 <조조 래빗〉(2018)과 <토르> 시리즈로 단숨에 스타 감독이 된 타이카 와이티티의 신작이다. 언더도그의 반란을 담은 스포츠영화로 <드림>(2023) 등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한다. 다만 전작과 달리 감독의 장기인 제4의 벽을 넘나드는 몬티 파이튼(코미디 그룹)식 개그와 아이러니가 두드러지진 않는다. 플롯도 전형적이어서 실망스럽다. 대신 축구를 매개로 아메리칸사모아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영화에 잘 녹아든다. 또한 남태평양에만 있는 파파피네라는 성 정체성을 다루는 태도만큼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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