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리안(쥘리에트 비노슈)에게 활자화된 경제위기는 더이상 와닿지 않는다. 그녀는 고용불안의 현실을 체험하고자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캉에서 일용직 청소부 생활을 시작한다. 이혼한 가정주부로 위장한 채 노동자들을 관찰하는 사이 크리스텔(헬렌 랑베르)과 마릴루(레아 카르네)라는 두 친구가 생긴다. 마리안은 그녀들과의 순박한 우정이 기쁘면서도 정체가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프랑스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의 르포르타주 <위스트리앙 부두>를 각색한 <두 세계 사이에서>는 원작에서 두드러지지 않은 잠입 저널리즘의 도덕적 고민에 집중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 속에 잠시 머무르는 유명 작가의 모습은 주변인들에게 사치스러운 위선과 동정으로 다가온다. 마리안 자신도 이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크리스텔이 제공하는 인간적인 유대와 취재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불안정성 사이에서 번민한다. 크리스텔 역의 헬렌 랑베르 등 실제 노동자인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 또한 발군이다. 이들의 현실적인 연기는 르포르타주풍의 연출에 사실성을 더한다. 다만 마리안의 양가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점차 직설적인 계급 우화로 변모하는 전개가 다소 거칠게 마감되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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