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하드>에서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깨진 유리 위를 맨발로 뛰고 기관총을 피하며 50층짜리 건물의 엘리베이터 통로로 뛰어든다. 이 모든 행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 첫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별거 중인 아내 홀리를 되찾는 것이다. 존 맥클레인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녀가 존을 떠난 이유를 직면하게 하는 동시에 극복하게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일어난 일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일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에 있다. 흔한, 혹은 뻔한 액션영화처럼 보이는 <다이하드>에도 매력적인 이야기만이 갖는 필살기가 숨어 있다. <멋진 인생>에도 <현기증>에도 마찬가지다. <다이하드>는 잘 만들어진 복선의 사례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성공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다루는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12개의 챕터를 통해 어떻게 도입부를 쓰는지부터 복선을 까는 법, 서브플롯을 쓰는 법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노하우를 전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대체로 글읽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 마련인데,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 이르는 영상매체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을 두루 살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비슷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몰입감을 주는 이야기는 무엇이 다른지, 이 책은 그 비밀을 하나씩 벗겨나간다. “이야기가 아름다운 글을 이긴다. 언제나”라는 철칙을 가진 책이니만큼 스토리 공학적 측면에서의 엔진을 풀가동하는 듯한 전개로 이어진다.
마케터, 정치인, 종교인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에 대한 기술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창작자만큼이나 영화와 드라마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시나리오 검토자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인 리사 크론은 출판사 문학 편집자, 방송국 스토리 에디터를 거쳐 <왕좌의 게임> 브라이언 코그먼, <캐리비안의 해적> 스튜어트 베티 등 유명 각본가 및 극작가를 배출한 UCLA 익스텐션 작가 프로그램의 강사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