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소식과 함께 영화시장에 들뜬 기대감을 모았던 <파묘>가 2월22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 시사회를 진행했다. <파묘>를 향한 관객의 기대를 적중한 듯 러닝타임 동안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소리가 반복됐다. 고양된 기대는 독이 될까 득이 될까. 긴장감 가득했던 시사회가 끝난 후 곳곳에서 완화된 기분 좋은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시간위의 집> <사바하>를 거쳐 온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박씨 가문의 묘연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의 힘을 빌리며 마주하게 되는 진실과 사건을 다룬다. 극장의 설레는 분위기를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기자들의 첫 시사 반응을 생생하게 전한다.
임수연 기자
종교와 미신은 필연의 불확실성에 기인하기 때문에 비논리적이지만 우리의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기형적인 계급구조를 토착화한 한국은 음양오행과 신점, 기독교와 풍수지리가 섞여 인간의 신념과 선택을 결정하는 희한한 곳이다. 장재현 감독은 서양 문화권을 토대로 진화해온 오컬트 장르를 한국적으로 해체해 재구성해왔다. 중간중간 투박한 연출이 밟히지만 이 용감한 발상을 밀어붙인 뚝심이 미덥다.
이자연 기자
굵은 소금, 찹쌀, 말피 등 한국 전통 문화를 십분 활용한 <파묘>는 사주와 음양오행 같이 대중의 일상적 관심사를 스릴 넘치는 주제로 유연하게 전환시킨다. 같은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공유해 온 공포의 근원을 곳곳에 배치해 같은 순간 같은 감정을 느끼는, 영화의 기본 기능에도 충실했다. 특히 모든 인물을 허투루 첫 등장시키지 않는 장재현 감독의 애정이 잘 느껴진다. 연출자의 고른 사랑을 받은 네 주인공은 돛단배처럼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두 가지 주제를 한 트랙에 욱여넣은 욕심이 과하게 느껴지지만 몸집 큰 이야기가 버겁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유채 기자
감독 이름을 가려도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도 딱 장재현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 <파묘>는 풍수지리, 음양오행, 정령, 미신 등 온갖 오컬트적 재료들을 묫자리에 던져놓고 살풀이하듯 풀어내는 광란의 영화다. 누군가는 황당하다고, 촌스럽다고, 이런 옛날얘기를 지금 하냐고 피식댈 수 있으나 감독은 아랑곳없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고, 눈치 보지 않는 젊은 감독의 이런 식의 ‘마이 웨이’는 지지하고 싶어진다. <고스트버스터즈>처럼 움직이는 네 배우의 연기 보는 재미도 크다. 선배 최민식과 유해진이 탄탄히 만들어 놓은 양지 위에서 후배 김고은과 이도현이 작심한 듯 널을 뛴다. 특히 헬스장에서 땀을 쫙 빼고 일하러 가는 젊은 무당 메이트들의 테크노에 가까운 굿판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우빈 기자
오컬트 냄새만 내던 영화들과는 맛이 다르다. 오컬트에 얽힌 인물들을 최대로 존중한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 그랬듯 등장인물이 자신의 직업적 책무를 다하는 일종의 전문가 영화다. 이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적절히 지키고 있다는 묘한 희망과 재미를 부른다. 풍수사, 무당, 장의사를 존중하는 <파묘>는 그들이 하는 일의 정체가 진짜냐 가짜냐 같은, 달리 말해 음양오행이나 귀신이 현실에 있는지 없는지와 같은 소모성 질문으로 헛돌지 않는다. 모호한 장난질은 없다. <악마의 씨>보단 <고스트버스터즈>에 가까운 태도다. 각자의 본분에 최선인 전문가들이 난점을 바로 잡으며 사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 전문가들이 대적할 '무언가'가 있음은 당연하고, 영화는 '무언가'를 보여 주며, 관객은 '무언가'를 봐서 믿게 된다. 그 천연덕스러운 믿음 위에서 배우와 관객은 맘껏 판을 펼치고 즐길 수 있다. 장재현 감독의 전문성이 아주 밝은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