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동춘 가족을 소개합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배우 박나은, 박효주, 김지훈
2024-03-01
글 : 배동미

“동춘이는 원래 호기심 많은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엄마, 아빠한테 궁금한 걸 물어볼 때마다 학원을 하나씩 더 다니게 되니까 질문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무뚝뚝해졌어요.” 2022년 촬영 당시 11살이었던 아역배우 박나은은 자신의 캐릭터 ‘동춘’의 성격을 이렇게 야무지게 소개했다. 조그마한 어린 친구가 학업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니…. 그런데 학원 목록을 쭉 들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동춘이는 페르시아어랑 모스부호랑 영어랑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태권도는 동춘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걸리가 ‘톡톡’ 소리내는 걸 동춘이가 모스부호로 번역해서 이해해요.” 무용해 보였던 모스부호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동춘에게 도움을 주면서 ‘막걸리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화 <말모이>(2018)로 데뷔해 3년 만에 주연 자리에 올라선 박나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동춘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단다. “엄마가 막걸리를 버려서 동춘이는 친구를 잃었다고 느껴요. 동춘이에겐 어린 시절 ‘털복숭이’란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사라져서 절망에 빠진 적이 있거든요. 저도 옛날에 애착 인형이 있었어요. 그 인형이랑 얘기도 했었는데 꼬질꼬질해지니까 엄마가 버렸어요. 그런데 시나리오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신기했어요.” 참고로 그가 아련하게 언급한 애착 인형과의 이별은 불과 4년 전, 7살 때 일이다. 박나은은 이렇게 시나리오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면서도 또래와 같은 순수함을 품고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촬영장을 뛰어다니며 편하게 지내는 듯 보인다고 말했더니 그가 슬며시 웃는다. “그래요? 제가 적응력이 빠른가봐요. (웃음)”

엄마 ‘혜진’ 역 배우 박효주

도대체 한국 초등학생이 페르시아어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허무맹랑하죠!” 엄마 ‘혜진’ 역의 배우 박효주도 의아하다고 말한다. 혜진이 페르시아어까지 가르치며 딸을 완벽하게 키우려고 하는 이유를 따져보면 그의 ‘경력 단절’에 다다른다. 출산을 기점으로 커리어가 끊기면서 “자신의 열망을 아이에게 전도했다”는 게 박효주의 설명이다. 거기다 ‘자연인’ 오빠 영진(김희원)도 혜진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오빠 영진은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에 갔고 대기업에 입사했어요. 혜진 또한 그런 오빠 밑에서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노력했어요.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경력이 단절됐죠. 그리고 사라졌던 오빠가 갑자기 자연인으로 나타나선 행복하다고 말해요. 그러니 어떻겠어요? 걱정스럽고 복잡한 마음이죠.” 막걸리를 따라 사라진 딸과 자연인이 된 명문대 출신 오빠까지, 혜진은 오늘도 바쁘다.

아빠 ‘구포’ 역 배우 김지훈

“동춘이의 아빠 역할이고 평범한 은행원이에요. 보통 아빠들처럼 딸을 위해 헌신하고 딸의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풍채 좋은 ‘헬싱키’를 연기했던 김지훈 배우가 편안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나은이가 순수하게 연기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순수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아역배우가 그냥 서 있는데도 뭉클할 때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결에 대해 묻자 그는 영화 <마틸다>를 언급했다. “성장영화 <마틸다>와 비슷한 느낌이 있죠. 아, 그리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아이의 성장드라마이면서 엄마 혜진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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