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파묘’ 김지안
2024-03-14
글 : 이우빈
사진 : 오계옥

<파묘>의 학생 무당 ‘자혜’를 연기한 김지안 배우는 연기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참여한 작품만 해도 20편을 훌쩍 넘는다. 아버지의 권유로 7살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고 얼마 후부터 바로 연기 현장에 뛰어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던” 만큼 배우 김지안과 인간 김지안은 이미 떼놓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굿을 하러 온” 터라 교복 위에 외투와 가방을 걸치고 있던 자혜의 상황은 김지안 배우의 최근 일상과도 비슷하다. 김지안 배우는 이제 막 새 학기를 맞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평일의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 <씨네21>과의 인터뷰 길에 나섰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학업과 연기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그에겐 10년차 배우의 여유로운 태와 함께 “이제 인강 보고 공부해야 한다”라는 학생의 풋풋함까지 동시에 느껴졌다.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파묘>의 장점은 어디 하나 허술하지 않은 디테일에 있다. 충청도 사투리로 경문을 줄줄 외고 ‘도깨비놀음’ 굿을 하던 자혜의 면모 역시 큰 화제를 불렀다. 병원에 누워 있는 봉길(이도현)에게 씐 악귀와 대적하는 장면이었다. 당연하게도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경문 속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고” 심지어 첫 컨셉이 충청도 사투리가 아닌 경상도 사투리였던 터라 더욱더 난감했다. 이에 경문의 언어와 어조를 터득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장재현 감독에게 문의했고, 실제 무당들의 경문을 찾아 들으며 “음악을 외우듯이” 감을 익혔다. 아무리 능숙하게 연습했다 하더라도 촬영 현장에서 경문을 틀리지 않고 외기란 무척 어려웠을 듯하지만 의외로 “3~4번의 테이크 만으로” 촬영을 마쳤다. “체력 안배를 위해 리허설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함께 연기한 김선영, 김고은 배우와의 협업엔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김선영 배우는 “예전 <세자매> 촬영장에서도 연기에 많은 조언”을 줬었고 <파묘> 촬영 때도 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네가 나오는 부분에선 네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장재현 감독의 말 역시 그에게 지금까지 큰 감흥으로 남았다.

이른 나이에 데뷔했기에 <세자매> <선산> 등의 전작에서는 성인 배우의 아역을 자주 맡아왔다. <파묘>의 자혜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었기에 김지안 배우에게도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아역을 맡았을 땐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성인 배우 몫의 대본과 감정까지 찾아보며 몰입”하는 편이었다. 흥미롭게도 오컬트나 스릴러 장르에 자주 캐스팅된 이력에 대해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여서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생겨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오랜 연기 경력 덕인지 혹은 타고난 천성 덕인지, 김지안 배우의 말씨 하나하나엔 이미 관록이 묻어 있었고 표정엔 들뜨지 않은 침착함이 서려 있었다. 왜 그토록 진중한 서사들을 담아냈던 배우였는지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내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에서 주인공 연기를 해보는 일”이 목표 중 하나라는 그의 말처럼 김지안 배우의 앞날은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 훨씬 넓고 길 듯하다.

FILMOGRAPHY

영화 2024 <파묘> 2020 <세자매>

드라마 2024 <선산> <스위트홈> 시즌2 2023 <형사록2> <종이달> 2022 <우리는 오늘부터> <이브> 2021 <홈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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