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개 촬영감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같은 스타일을 반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화면은 한결같이 역동적이고 꽉 차 있다. 순간의 에너지를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는 한결같다. 역설적으로 한결같다는 건 대단한 변화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면 입장과 위치가 바뀌기 마련인데, 이모개 촬영감독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처럼 열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배움을 갈구한다. 한국영화 최전선에서 지금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건 물밑에서 그만큼 가열차게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역동적인 에너지, 고된 화면, 탁월한 어둠의 포착 등 촬영감독 이모개 감독의 카메라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일견 멋진 화면이 영화보다 앞자리에 있는 스타일리스트 같지만 이모개 촬영감독의 첫 번째 미덕은 작품과 감독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을 바꾼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새로움을 추구하여 배우고 적응한다. 이러한 능동성의 근간에는 결국 인물, 정확히는 감정을 향한 시선이 자리한다. 위대한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름다운 화면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종류의 시네마토그래퍼인 셈이다.
<서울의 봄>과 <파묘>는 천만 영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천만은 그저 자연스럽게 달성된 결과에 불과할 뿐 두 영화 모두 뚜벅뚜벅 자신이 믿는 길을 갔을 따름이다. 두편의 천만 영화를 모두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천만 영화의 비밀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순간을 붙잡아 영원으로 만드는 영화처럼 오늘에 충실하고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한 사람의 카메라맨이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걸어온 길은 자신의 작업을 닮았다. 역동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늘 그 자리에 있어줘 감사한 촬영감독 이모개의 이야기를 전한다.
- 축하드린다. <서울의 봄> <파묘>가 연달아 천만 영화가 되었다.
= <서울의 봄> <파묘>를 특별히 더 열심히 찍은 건 아니다. (웃음) 촬영감독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꽤 있지만 솔직히 흥행이 좋았던 적이 많진 않다. <장화, 홍련>으로 데뷔할 땐 반응도 흥행도 좋아서 잘 찍기만 하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겪은 지난 20년이었다.
- 겸손하시다. <악마를 보았다> <아수라> <군함도>처럼 한국영화사에 확실한 인장을 남긴 작품들을 찍어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있고 <헌트>는 흥행도 나쁘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나 기대치보다 흥행이 다소 아쉽다는 의미 아닐까.
=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농담처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르기도 해서 흥행이랑 인연이 없나 싶었다. (웃음) 내가 작품 선택하는 취향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예전에는 개봉하고 나면 본 사람들이 ‘고생했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주셨다. 화면에서 고생이 묻어났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하더라. 대부분 ‘영화 너무 잘봤다’며 축하를 해주셨다. 재미있는 영화를 찍으면 반응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구나 처음으로 실감했다. 두 작품의 흥행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정도다.
고된 어둠을 뚫고 끝내 마음을 움직이다
- 사실 <서울의 봄> <파묘> 모두 흥행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소재나 장르 때문에 위험부담이 더 큰 작품들이었다.
= 이렇게 잘될 줄 아무도 몰랐다. <서울의 봄>은 처음부터 리스크가 있었다. 성공한 쿠데타의 수괴 전두광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데, 김성수 감독이 워낙 악역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 탁월하다. 관객층도 기성세대에 좀더 어필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고. 그래도 기술시사 후에 영화가 재미있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아서 기대가 없진 않았다. 반면 <파묘>는 좀더 불안했다고 할까. 장르로 오컬트고 기술시사 후 반응도 대체로 ‘잘 모르겠다’는 분위기였다. 좀더 명확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 모두 젊은 관객들이 뜨겁게 반응해주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걸 보면 흥행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목표로 하고 쫓아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 또한 작품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심장이 움직이는 일들을 해왔던 게 전부다.
- ‘고생’이 느껴지는 촬영이 촬영감독 이모개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놀라운 만큼 몸이 고된 현장이었을 거라는 게 화면만 봐도 느껴진다고 할까.
= 고된 화면은 결과물이고 기본적으로 모든 작업의 출발점은 감독을 따라가는 편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감독들은 이미 자신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다. 그걸 구체적으로 발현시켜주는 게 보통 촬영감독의 몫이다. 사람마다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다를 텐데 내 경우엔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냥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감독의 본심을 마주해야 한다. 오래, 여러 번 작업과 감독과는 그런 소통이 가능하니까 이미 절반은 시작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새로운 감독과 할 때는 서로 본심을 마주할 때까지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친해지는 시간도 필요하고 때론 일부러 부딪치기도 한다. 결국 소재와 이야기 이전에 내 눈앞의 사람, 동료와 마주하는 작업인 셈이다
-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 <파묘> 장재현 감독은 얼마나 달랐나.
= 완전. 하지만 본질은 또 통하는 곳이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김성수 감독은 에너지, 장재현 감독은 이미지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는 에너지를 담는 작업이다. 인물, 캐릭터, 사건, 상황 들이 연결될 때 불꽃이 튀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런 역동적인 것을 찾아 헤맨다. 흔히 김성수 감독의 영화를 두고 스타일리시하다고도 하는데 카메라의 움직임은 그저 결과물일 뿐이다. 핵심은 에너지를 어떻게 장면에 옮겨 담아낼 것인지에 달렸다. 반면 장재현 감독은 상대적으로 이야기꾼에 가깝다. 물론 역동성이나 에너지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장재현 감독은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가 확실히 있다.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를 보면 어두운 곳 구석에서 무언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정적인 응시의 힘이 있다. 실제로는 매우 밝은 사람이라 처음 만났을 때 꽤 놀랐다. 말을 참 재미있게 잘한다. 유려한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 속에 칼날처럼 정확한 이미지를 잡아내는 능력이 있는 연출자다.
-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을 보면 소재, 스타일, 장르 등 연속되거나 겹치는 게 거의 없다. 한마디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궤적이다.
= 대단한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 비슷한 걸 찍고 싶지 않다. 매번 안 해본 것에 손이 간다. 가령 이번에 <파묘>를 찍었으니 적어도 바로 다음 작품은 오컬트, 호러, 미스터리쪽은 제안이 와도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도전을 할 때 성취감을 얻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중요하다. 솔직히 영화 찍는 게 제일 재미있다. 안 해 본 것을 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순간들이 나를 움직인다.
에너지의 <서울의 봄>
- 김성수 감독과는 세편을 함께했다.
= <감기> 이전부터 잘 알았지만 촬영감독으로서 함께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었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영어완전정복>(2003)까지 김성수 감독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김형구 촬영감독의 촬영부 출신으로 <박하사탕>을 함께했다.-편집자) <감기>의 경우 컨셉 자체가 재난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의 드라마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를 들고 찍는 영화였다. <감기>의 문제는 밀도였다. 부분적으로 해당 장면만 볼 때는 좋은 부분이 많다. 배경, 소품 하나 허투루 담긴 게 없다. 역설적이지만 그게 문제였다. 과유불급이랄까, 너무 많은 정보를 우겨넣다보니 정확하게 뭘 전달해야 하는지가 흐려졌다.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통제하니 거꾸로 흐름이 차단되어버렸다.
- 그렇게 비교하면 <아수라>는 훨씬 거칠고 자유분방하다. 날것의 에너지가 넘친다.
= <아수라>는 두 가지 레퍼런스를 가지고 시작했다. 하나는 누아르처럼 과장되고 스타일리시한 장르영화, 다른 하나는 다큐멘터리처럼 현장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톤이었다. 둘 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했는데, 워낙에 스타일이 강하시니까 당연히 전자를 고를 줄 알았다. 그런데 후자를 고르시는 거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했는데 거기서 자연스럽게 현장의 의외성과 에너지가 담기기 시작했다. 배우들과 리허설을 하고 현장에서 테스트를 할수록 점점 개별 장면이 아니라 맥락이 담기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에너지와 상황들이 저절로 카메라에 빨려들어가듯 담긴다고 느꼈을 때 영화가 완성되었다. 그때 현장의 에너지, 재현 불가능한 어떤 순간을 담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다. 결국 대중적으로 외면받긴 했지만. (웃음) 나중에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지지해주는 걸 보고 이 방향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듣고 보니 <서울의 봄>은 <감기>와 <아수라>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보완되고 합쳐진, 여정의 축적된 결과물처럼 보인다.
= <헌트> 촬영이 끝나고 합류했는데 김성수 감독이 이번에는 데이비드 핀처 영화를 언급했다. 컷이 칼날처럼 팍팍 들어오는 콘티였으면 좋겠다고. 데이비드 핀처는 완벽한 콘티가 캐릭터처럼 기능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컷에 의미가 있는 부류다. 그런데 김성수 감독은 흐름과 에너지쪽에 가까운 사람이지 않은가. 맞지 않는 요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할수록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선명해졌다. 부분적으로는 <아수라>처럼 현장의 역동성, 장면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되 전체 밑그림은 아주 정교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장면들의 연쇄를 보고 보이지 않는 동선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를 만큼 밑그림이 명료해야 했다. 전체를 조망하는 통제된 시선과 에너지를 포착하는 역동성이 공존한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감기> 때 목표했던 바가 이번에 정확히 구현된 거라고 볼 수도 있다.
- <서울의 봄>은 단독 작품이 아니라 김성수 감독과 함께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성립한다. 장면 장면은 자르는(cut) 작업인데, 결국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영화 작업 그 자체다.
= 맞다. 그런 의미에서 촬영감독으로서의 내 경험도 영화와 영화 사이를 건너며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아수라> 때 누아르란 무엇인지, 어둠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다. 그 결과가 <서울의 봄>에도 반영되어 있다. <서울의 봄>은 밤의 공기를 찍은 영화다. 김성수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플래시를 비췄을 때 사사삭 도망가는 바퀴벌레 같은 느낌의 조명이 키포인트다. 이성한 조명감독과 함께했던 고민에 대한 (지금 현재의) 답안지라고 해도 좋겠다. 그렇게 매 작업 새로운 걸 익혀 쌓여간다. 섣불리 말할 수 없으면 하나를 마스터하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
이미지의 <파묘>
= 감독마다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가령 <서복>의 이용주 감독에게 필요한 건 친구였다. 자기를 지지하고 동의해줄 수 있는 내 편. 반면 김성수 감독은 내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어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재현 감독에게 필요한 건 프로페셔널한 테크니션이었다. 장재현 감독은 명확한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이미지가 있었고 그걸 내가 물질적으로 구현해주길 바랐다. 만약 내가 인물을 따라가는 게 강점이라면 그건 단지 캐릭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현장의 동료들, 감독을 파악하고 따라가는 것도 포함된 평이 아닐까 싶다.
- 장재현 감독의 현장은 이미지가 중요했다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 솔직히 <서울의 봄>보다 <파묘>가 어려웠다. 힘든 게 아니고 어려움. 왜냐하면 답이 없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오컬트, 크리처 같은 장르적인 접근도 낯설었지만 거기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새로워야 했다. 찍을 때마다 이게 맞는지 판단해야 했고 한컷 한컷 찍으면서 장재현 감독의 비전에 점점 다가가는 작업이었다. 장르적으로 보면 훨씬 파격적인 접근이 가능했겠지만 가짜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도깨비불이다. 장재현 감독은 진짜 도깨비불을 찍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무도 도깨비불을 본 사람이 없지 않은가. 쉽게 가면 CG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진짜 광원을 찍어보기로 했고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 와이어를 달고 가스관을 연결한 뒤 진짜 거대한 불덩이를 허공에 띄웠다. 그 장면에서 배우들을 포함해 주변의 광원은 진짜다. 그런 뒤에 실제로 찍은 불덩이를 지우고 CG 작업을 한 거다. 즉 광원에 반사된 주변 질감은 진짜다. 그 리액션이 있기에 거꾸로 CG 불빛에도 실감이 부여될 수 있다.
- 반사된 진짜 광원과 CG의 차가운 불빛을 결합하는 방식을 보니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이 연상된다. 어쩌면 영화적 마술의 기본이기도 하다.
= 장재현 감독은 물에 젖은 느낌의 파란 불빛을 바랐다. 추상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선명해진다. 장재현 감독의 취향이 재미있었다. B급 마니악한 정서를 바탕으로 되게 거칠고 에너지 넘치는 날것의 영화를 좋아한다. 장재현 감독이 <본 토마호크>(2015)라는 영화를 추천해줬는데 그걸 보고 어떤 느낌인지 거리를 좁혀갔다. 내가 태어나서 본 영화 중에 제일 역겨운 영화였는데 스토리는 정적이고 심지어 해피엔딩이다. (웃음) 장재현 감독은 과격하고 투박한데 동시에 정작 본인의 머릿속 이미지는 매우 세련된 연출자다. 그 충돌과 간극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에너지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김성수 감독이 추구하는 에너지를 닮았다.
- 결과적으로 <파묘>는 에너지가 날뛰는 장면과 정교한 퍼즐처럼 통제된 순간들이 혼재한다. 대표적으로 대살굿을 하는 장면이 에너지 그 자체다.
= 맞다. 굿 장면을 다시 가긴 힘들 것 같아 한번에 찍기로 했다. 그러려면 진짜 잘 찍는 사람이 여러 명 필요할 것 같아서 알아서 잘 찍어줄 김병서, 고락선 촬영감독을 데려왔다. (웃음) 정확하게 계산된 이미지의 연쇄 가운데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담기는 순간, 플러스알파가 발생한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현장에도 에너지를 포착하는 건 필요하고, 반대로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에서도 정확한 밑그림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결국 두 가지는 끝과 끝에서 통한다.
멈출 수 없는 즐거움, 멈추지 않는 카메라
- 색깔이 확실한 창작자, 연출자와 충돌하면서 피어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 촬영감독의 역할이 무엇인가. 감독의 비전을 충실히 옮기는 것인가, 독자적인 비전을 선보여야 하는가. 이건 모든 촬영감독들의 끝나지 않는 숙제다. 가령 김지운 감독과 처음 작업할 때 아무것도 없는 나를 뭘 믿고 맡기는 건지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편하기도 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감독이 잘 알아서 판단하고 고르겠지 하는 믿음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걸 했다.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르고 위치가 바뀌어도 계속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때론 충돌할 수도 있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서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감독들은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곁에서 마주하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최종 판단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짐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은 감독을 믿는 거다. 촬영감독의 몫은 감독이 객관식으로 고를 수 있게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감정을 직접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거다.
- 두편의 천만 영화에 참여한 지금도 늘 도전하고 배우는 중이라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지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재미있는 걸 능동적으로 하자는 게 전부인데 쉽지 않다. 계속 능동적이려면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 아직 못해본 영역도 많다. <아수라>를 통해 누아르의 빛을 배웠고, <파묘>를 통해 오컬트와 호러적인 문법도 공부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바뀐 게 있다면 후회를 붙들고 있지 않을 요령 정도다. 매일 작업을 끝내고 집에 오면 그날 하루를 복기하면서 이걸 이렇게 해볼걸 하고 후회한다. 후회하는 게 정상이다. 대신 그 마음을 다음날 현장까지 이어가진 않는다.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예전에도 지금도 영화 현장이 제일 즐겁고 재미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리허설을 중요시한다. 동선을 따라가는 리허설 시스템을 만들었던 <아수라> 이후 한 덩어리로서의 영화를 위해 배우들과 호흡을 철저히 맞춘다. <서울의 봄>은 밤 장면이 많았는데 항상 아침부터 모여 하루 종일 리허설을 하고 밤에 촬영에 들어갔다. 에너지는 그 철저한 준비와 끈끈함에서 시작된다.”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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