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자연의 TVIEW] ‘SNL 코리아’ 시즌5
2024-04-12
글 : 이자연

거리감 있던 배우의 친근한 이미지부터 이혼 소송과 불륜 등 개인사를 자유롭게 발화할 기회, 시청자 앞에서 사회적 편견을 스스로 무너뜨릴 힘까지, 언뜻 <SNL 코리아>는 배우 황정음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황정음은 내일이 없는 듯한 깡다구를 발휘했다. 자신을 둘러싼 공공연한 소문과 이름표, 추문을 기꺼이 드러내면서도 기죽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와 합리적인 분노는 대중이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프로그램 소개에 명시된 ‘성역 없는 풍자, 거침없는 패러디’라는 말처럼 출연자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SNL 코리아>가 나아가는 ‘쿨한’ 지향점이다. 그렇다면 <SNL 코리아>의 풍자는 정말 황정음에게 사회적 자유와 해방을 선사했을까. 선거철을 앞둔 <SNL 코리아>는 여느 때처럼 정치풍자 코너를 구성했다. 하지만 야당의 “Xiexie”와 여당의 대파 이야기를 단순 반복하는 패턴에는 정치 현안을 관통하는 스토리텔링 자체가 없고 클립 영상을 겨냥한 듯 틱톡형 임팩트만 보여줄 뿐이다. 한마디로 <SNL 코리아>는 대중이 공통되게 알고 있는 특정 정보를 영상적 밈으로 재생산할 뿐 허를 찌르는 역설과 비꼬기의 재미는 내내 완성하지 못한다. 황정음은 사회적 꼬리표를 두려워하지 않고 반려자의 외도와 남성 중심적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었지만 <SNL 코리아>는 그를 코미디 무대에 세우기 위해 이혼에 관한 대사만 강박적으로 반복하게 하거나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가슴골을 모아 남성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실질적인 문제의식은 건들지 못하고 언젠가 온라인상에서 접해봤던 이미지만 쉽게 차용한 나머지 황정음은 그토록 스스로 빠져나오려 한 남성 중심적 연애·결혼 세계관으로 자연스레 재위치하고 만다. <SNL 코리아> 특유의 코미디가 보편적이기보다 특정 집단을 향해 있고 권력에 저항하기보다 소수자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건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뭉쳐진 여론을 아무런 고민 없이 정당한 의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풍자’라고 일컫지만 메시지가 없고 밈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 또한 여기서 비롯한다. 여성의 나이듦을 희화화하거나(이소라 편) 엉터리 외국어를 웃음 소재로 사용하는(한예슬 편) 장면이 <SNL 코리아>에서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야말로 여태껏 칼날 없는 풍자와 패러디만 펼쳐온 프로그램이 남긴 유일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CHECK POINT

이수지, 지예은, 김아영, 정이랑…. 분위기를 압도하는 호탕한 연기가 눈에 띄는 배우들이다. 목소리 굴곡, 찡긋거리는 코끝까지 생활 연기가 안정적이다. 이러한 연기력을 질투, 감시, 암투, 따돌림, 플러팅 등에 쓰기보다 더 의미 있는 장면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아름다운 재능이 낭비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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