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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가필드 더 무비' 배우 이장우, 유머의 달인처럼
2024-05-16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주황빛 털에 커다란 입, 뛰어난 먹성과 나른한 성격을 지닌 가필드는 세계에서 유명한 고양이 중 하나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능구렁이 같은 가필드가 18년 만에 <가필드 더 무비>로 돌아왔다. 집 밖을 나서기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 가필드의 모험기에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팜유 라인’으로 인기를 끈 배우 이장우가 한국어 목소리를 녹음했다. 라사냐 하나에도 금세 행복해지는 가필드에게서 삶의 행복을 발견했다는 이장우 배우를 만나 <가필드 더 무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간 드라마와 뮤지컬을 오가며 연기 활동을 했지만 애니메이션 더빙은 처음이다.

= 쉽지 않았다. 증폭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주말드라마와 비교할때 더빙은 다른 차원의 기술이었다. 평소 상대 방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장면도 더빙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 더빙은 조금이라도 극 중 캐릭터와 감정적인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어색해진 다. 여태 쌓아온 연기의 노하우를 버리고 처음 부터 다시 배워야 한 시간이었다.

- 원작에서는 배우 크리스 프랫이 호탕하고 걸쭉한 목소리로 능청스러운 가필드를 연기했다. 본인이 연기한 가필드는 어떤 매력이 있나.

= 처음 녹음을 할 때 크리스 프랫의 가필드를 염두에 두고 낮은 저음으로 능청스러움을 연기했다. 첫 녹음본을 듣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목소 리와 영상이 아예 따로 놀더라. 걸쭉하고 낮은 목소리로 가필드를 표현하는 것이 한국어 더빙 에선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원작의 크리스 프랫과 달리 톤을 한층 더 올려서 쾌활한 나만의 가필드를 만들었다. 나의 가필드는 에너지가 넘친다. 악의가 하나도 없는 무해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연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최대한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

- <가필드 더 무비>엔 가필드가 노래 부르는 장면도 등장한다.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할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할 기회였을 것 같다.

= 가필드가 부르는 노래는 우유 농장의 CM송이 다. 왕년에 농장의 마스코트였던 황소 오토 앞에서 주제가를 부르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쭈뼛쭈뼛 흥얼거리다 자기 흥에 못 이겨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끝이 난다. 나 역시 흥하면 빠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이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방에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나 할머니도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 했다. (웃음) 가필드가 노래하는 장면에 함께 빠져들어 신나게 연기했다.

- 영화 속 가필드의 능청스러운 모습과 <나 혼자 산다>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닮았다는 반응이 많다. 본인이 느끼기에 어떤 점이 가필드와 유사한가.

= 내겐 더 큰 행복을 꿈꾸며 계속 미루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가필드도 항상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캐릭터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밤에 야식을 먹는 등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산다. 그런 점에서 가필드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 원작 만화처럼 <가필드 더 무비>도 미국식 유머가 돋보인다. 한국 관객들에게 미국식 유머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그게 가장 어려웠다. 미국식 유머를 한국어로 번역해 놓았을 때 아예 맥락이 달라져버려 특유의 맛이 안 살더라. PD님이 최대한 미국식 유머를 빼고 한국인들이라면 알 법한 유머 코드를 채워넣는 데 주력했다. 그런 장면들은 녹음 과정에서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지금도 영화가 개봉하면 바뀐 유머들이 잘 통할지 너무 궁금하다. 몰래 극장에 가서 객석에 앉아 웃어야 할 타이밍에 같이 웃어볼까 고민 중이다.

- <가필드 더 무비>는 먹보라는 가필드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요리 실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음식이 있다면.

= 라사냐를 꼽고 싶다. 전에도 몇번 먹어봤지만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필드 더무비>를 보면서 가필드가 라사냐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당장 요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 라. 레시피를 찾아보니 종류가 다양했다. 김치 찌개처럼 속 재료를 바꾸면 변형 레시피를 무한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라사냐는 집에 사람들이 놀러 올 때 크게 만들어서 나눠 먹기 좋은 음식이다. 다 같이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낼 때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해 만들어볼 생각이다.

- 반대로 가필드가 먹었으면 하는 음식도 있을까.

= 가필드는 밤마다 냉장고를 들락날락거린다. 우리 집 냉동고에 만두가 정말 많다. 바로 튀겨 먹으면 야식으로 최고다. (웃음) 영화에 등장한다면 크기가 좀 컸으면 한다. 특히 여행 가서 먹은 음식 중에 호쇼르라는 몽골식 튀김만두가 있다. 양고기 베이스에 정말 크기가 크다. 가필 드가 입이 크니 입 안 가득 만두를 먹는다면 정말 귀여울 것 같다.

- <가필드 더 무비>를 보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 영화 속 가필드와 아버지의 관계를 굉장히 유쾌한 친구처럼 그려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를 보면서 이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주변에도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동료들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모험을 떠나고 난관을 이겨내면서 끈끈한 우정을 다지는 관계가 그동안 부정을 다룬 영화들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족에 대한 갈망을 점점 크게 느끼고 있다. 가필드와 존과 오디 그리고 빅 사이의 관계를 보면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일상을 보내는 삶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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