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춤을>(1990) 이후로 34년.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가 처음 상영되는 칸 뤼미에르 극장은 정통파 할리우드 슈퍼스타이자 90년대 섹스 심볼의 신작을 기다리며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5월 19일 오후 6시(현지 시각 기준) 레드 카펫에 도착한 케빈 코스트너는 출세작에 이어 다시 한번 제작, 연출, 주연을 소화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 장면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 코스트너를 부르짖는 관객이 있었을 정도로 팬들을 고무시킨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는 백인 정착민과 원주민인 아파치족, 그리고 서부 개발 계획을 주도하는 연방군이 ‘호라이즌’이라 불리는 백인 정착지에서 만나 죽고 죽이는 이야기를 그린 정통 서부극이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는 “플롯이 아니라 여정”으로 구성된 탓에 세 주체를 엮어내야 할 주요 갈등은 일화 형식으로 호라이즌 곳곳에 산발해 있다. ‘사가’라는 자부심 가득한 명명에서도 느껴지듯 <호라이즌>은 총 네 챕터, 10시간 넘는 시리즈 영화의 모양새를 갖춰나갈 예정이다. 그 첫 챕터가 이곳 칸에서 공개된 지금, 코스트너의 장대한 계획은 “영화가 아니라 미니시리즈의 모판처럼 느껴진다”(<버라이어티>)는 비관적인 전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먼저 쏴야만 죽지 않는 시대. 그 어떤 죽음도 특별하지 않았던 1850년대를 그리는 <호라이즌>에서 가장 먼저 살해당하는 건 무명의 측량사다. 군의 수주를 받아 개발 계획에 참여했을 그의 불길한 죽음은 호라이즌에 정착한 백인 가족에게도 이어 벌어진다. 백인의 총과 원주민의 화살이 벌이는 전투에서 백인 남자들은 전부 살해당하고 프랜시스(시에나 밀러)와 그의 딸만이 숨어 살아남는다. 그렇게 생존한 모녀 주위로 보호자 혹은 도덕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카우보이 헤이즈(케빈 코스트너)와 기병대 소속 게파르트 중위(샘 워딩턴)의 영웅담이 펼쳐지는 한편, 땅을 약탈당하는 아파치족의 처지는 또 다른 백인 장교(루크 윌슨)의 입으로만 설명될 뿐이다. 감독과 함께 레드 카펫에 설 수 있었던 10명의 배우진 중 단 한 명(Wase Chief)만이 아메리칸 원주민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호라이즌>의 여정이 실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통’과 ‘구식’의 차이를 가늠하는 임무를 칸은 때때로 잊은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