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카브리올레’, 황천의 뒤틀린 리틀 포레스트, 생의 감각을 깨우는 보디숏
2024-06-19
글 : 최현수 (객원기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던 회사원 지아(금새록)는 암 선고를 받는다. 오랜만에 만나 여행을 떠나자던 친구 안나(한예지)는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회의를 느낀 지아는 퇴사하고 수술비로 벤츠 카브리올레를 산다. 외제차를 끌고 전 애인 기석(강영석) 앞에 나타난 지아는 그에게 전국 일주를 제안한다. 기석이 차를 가진다는 조건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은 독특한 시골 청년 병재(류경수)를 만난다. <카브리올레>는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인 만화가 조광진의 감독 데뷔작이다. 유려하면서도 과감한 서사 진행을 선보였던 웹툰 시절의 강점이 돋보인다. 번아웃, 카르페 디엠, 플렉스 등 키워드들은 오히려 통렬한 플롯 트위스트(반전)를 위한 발사대로 활용된다. 이런 전환은 생의 의지란 얕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육체에 각인되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권태를 온 얼굴에 담은 금새록과 기묘한 리듬으로 후반부를 지배한 류경수가 빚어낸 앙상블도 뛰어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