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시즌3로 돌아온 <여고추리반>은 이전보다 더 커진 규모를 자랑하며 현실성 높은 미스터리를 구축했다. 전학 첫날 학교의 자랑인 양궁부에서 벌어진 피습사건을 목격한 5명의 추리반 친구들은 사건의 숨은 전말을 밝히기 위해 학교 곳곳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 결과 학생들 사이에 뿌리내린 양궁부 스포츠 도박, 온라인 베팅, 교내 불법 대출과 특수혈액 제조 사업 등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된다. 기존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등 두뇌 싸움을 전공 삼아온 정종연 PD로부터 기틀이 설계된 만큼 <여고추리반>은 추리와 지략을 펼쳐나가는 재미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여고추리반>이 구분되는 개성은 ‘추리’가 아닌 ‘여고’에 있다. 5명의 출연자가 여고생이라는 정체성은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는 여타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방향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시즌1 새라여고에서 사이비종교의 비밀을 파헤치려 할 때 이들은 캄캄한 급식실이 무서워 고성을 지르면서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앞으로 나아갔다. 고인혜 사망 이후 같은 반 아이들의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사물함이나 함박눈을 보며 망자의 외로움을 떠올리는 장도연의 모습은 여느 10대 아이들의 따뜻한 애도를 떠올리게 했다. 시즌2 태평여고에서 공예림 사망사건에 연루된 이아란이 경찰에 끌려갈 때에도 다섯 친구들은 아란의 눈물을 보고 “아이가 무섭다잖아요” 하면서 경찰을 가로막는다. 추리반 친구들의 깊은 우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카타르시스만큼, 세계관에 배치된 배우들간의 감정적 교감도 <여고추리반>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 요소다. 하지만 이번 시즌3는 추리반 친구들이 선생님, 학생들과 연결될 일이 거의 없다. 추리의 밀도야 짙어졌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중심 컨셉은 글쎄. 관계 중심적인 프로그램 고유의 특장점은 희미해지고 오직 매점에서 라면과 호빵을 신나게 먹는 모습만이 그것을 채워줄 뿐이다.
CHECK POINT
여고추리반 아지트의 묘미는 서툴지만 논리정연하게 정리된 비밀 게시판. 사건에 연루된 인물 사진을 붙여두고 털실로 관계망을 연결해둔 구간은 범죄 오락 영화와 하이틴영화를 섞은 듯한 효과까지 가진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기봉권 선생님(남호연)이 준비한 투명 보드만이 추리반 친구들을 기다렸다. 박지윤의 진두지휘 아래 아지트를 꾸며나가는 과정도 <여고추리반> 시리즈의 꿀잼 필수 절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