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AI 시대에 다시 만난 크로넌버그, 포스트휴먼 SF, <미래의 범죄들>
2024-07-24
글 : 임수연

멀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미래, 기술의 발달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새로운 장기의 생성 및 신체의 자유로운 진화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가속 진화 증후군’을 추종하는 행위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과 그의 조수 카프리스(레아 세두)는 직접 사울의 몸을 해부해 장기를 삽입하고 제거하는 전위극으로 관중을 불러모으고 있다. “수술은 새로운 섹스”라고 주창하는 이들의 퍼포먼스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장기 등록소의 팀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두 사람의 은밀한 행적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의문의 집단은 사울과 카프리스의 쇼를 이용해 인류 진화의 단계를 밝히려는 계획을 세운다. 데이비드 크로넌버그가 1970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있지만 이번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보다는 크로넌버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대의 작품들, 인간과 기계의 융합한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인간성에 담론을 던졌던 <비디오드롬> <더 플라이> <크래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생체 기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21세기에 다시 마주하는 크로넌버그의 SF 보디 호러는 보다 직접적으로 육체의 진화를 거론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새로이 확장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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