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Apple TV+ | 10부작 / 연출 루시 처니악 / 출연 라시다 존스, 니시지마 히데토시 / 공개 7월1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기대했던 맛은 아니더라도 만족스러운 한끼
비행기 사고로 남편도 아들도 잃었다. 수지(라시다 존스) 곁에 남은 건 남편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제작한 가정용 로봇 ‘써니’뿐이다. 쓸데없이 쾌활한 이 로봇의 행동과 말투는 이상하리만치 마사를 닮았다. 그러고 보니 수지는 마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냉장고를 만든다던 마사가 왜 로봇을 개발했는지, 회사에서 무슨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가 정말 비행기에 탑승하긴 한 건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써니와 수지는 따뜻한 마음씨의 바텐더 친구 믹시와 함께 남편의 실종 뒤에 도사린 야쿠자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일랜드 작가 콜린 오 설리번의 소설 <더 다크 매뉴얼>을 각색한 <써니>는 일견 화려한 연출로 가득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과의 생활사를 요란스레 전시하는 오락적 태도와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대신 이야기가 응시하려는 곳은 써니의 덩치가 환기하는 마사의 빈자리이며, 이를 차근히 쓰다듬고 채워가는 써니와 수지의 상호작용이다. 이처럼 <써니>가 꿈꾸는 근미래에서 기술은 사람간의 이해와 소통을 윤활하는 공동체원으로 천연히 존재한다. 일본이라는 배경을 단순한 오리엔탈리즘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고 깊은 이해도로 녹여낸 점 또한 작품의 미덕이다. 세트디자인은 물론 음악과 인물의 몸짓, 일본 대중매체 특유의 필체를 오마주하는 후반부 에피소드까지 제작 전반에 걸쳐 충분한 존중을 보인다.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비롯해 주디 온그, 구니무라 준 등 일본 대표 배우들의 열연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다만 로봇 캐릭터를 내세운 키 비주얼에 걸맞은 과학적 깊이를 기대한 SF 애호가들은 당황할 법하다. 특히 작금의 기술 수준보다 일정 부분 퇴화한 듯한 <써니>의 얕은 기술적 상상력은 작품의 주안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을 남긴다. /박수용 객원기자
신의 탑 2기-왕자의 귀환
왓챠, 웨이브, 티빙 외/ 13부(예정)/ 연출 다케우치 가즈요시/ 목소리 출연 우치다 유우마, 이치카와 다이치 / 공개 7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성공적인 미디어믹스, 실루엣처럼 남은 원작의 뜨거움
자왕난은 신의 탑 정상에 올라서 왕이 되기를 꿈꾸는 혈기왕성한 소년이다. 꿈은 꿈일 뿐. 그는 20층에서 승급 시험에 매번 탈락하는 장수생이다. 고액의 수험료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매매 서약까지 한 터라 궁지에 몰린 쥐 신세다. 이번 시험이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는 시험장에서 가공할 만한 힘을 자랑하는 의문의 남성 쥬 비올레 그레이스를 만난다.〈신의 탑>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북미권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오리지널 IP에 기반한 한·미·일 합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비주얼도 제법 괜찮다. 1기의 제작진이 교체된 뒤로 작화가 전보다 매끈해졌다. 캐릭터디자인도 아니메풍으로 그려져서 위화감이 덜하다. 성우의 연기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액션 연출도 극이 진행될수록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다만 캐릭터의 표정이 뻣뻣하게 움직이는 탓에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김경수 객원기자
샤먼: 귀신전
티빙/ 4부작/ 연출 허진, 박민혁, 이민수, 신민철, 서영민 / 출연 유지태, 옥자연 /공개 7월1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그런데 말입니다”가 들려도 어색하지 않을 그 귀신이 알고 싶다
무속신앙은 우리 일상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무속에 관련된 콘텐츠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파묘>와 연애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의 흥행이 그 증거다. 티빙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샤먼: 귀신전>도 공개된 순간부터 화제가 됐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취재한 무속신앙에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무당, 민속학자, 사례자, 진행자인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의 시선을 번갈아 드러내면서 무속의 세계를 다양한 렌즈로 비추려 한다. 1부에서는 살에 시달리는 일반인 사례를, 2부에서는 무당과 무속 세계관 전반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3부에서는 무당의 삶을 소개한다. 4부에서는 귀접한 일반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다만 공들인 구조가 무색할 만큼 연출이 아쉽다. 증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재연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로 관객의 빈자리를 빼앗아간다. 탐사보도 다큐의 틀을 따라가는 톤도 소재의 신선함과 초자연적 공포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다. /김경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