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우직한 듯 변칙적인 질주로 재난의 비관론을 횡단한다, <트위스터스>
2024-08-14
글 : 최현수 (객원기자)

대학 시절 연구를 위해 스톰 체이싱에 나선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는 강력한 토네이도에 사랑하는 애인과 친구들을 잃고 만다. 충격으로 토네이도 연구를 관둔 그녀는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고향을 떠나 뉴욕 기상청에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하비(앤서니 라모스)가 그녀 앞에 나타나 토네이도를 정교하게 분석할 방법을 찾았으니 연구팀에 합류해달라고 부탁한다. 고심 끝에 케이트는 하비의 제안을 수락하고 거대한 토네이도가 닥칠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글렌 파월)가 이끄는 스톰 체이서팀도 같은 이유로 오클라호마에 집결한다. 목숨을 걸고 폭풍의 심장으로 향하는 재난영화 <트위스터>가 28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은 <트위스터스>의 소재는 여전히 픽업트럭을 몰고 토네이도를 쫓는 스톰 체이서다. 최근의 재난영화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토네이도를 매혹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스톰 체이서들은 꽤 보기 드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원작은 이러한 재난 이미지를 부부의 어긋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소재로 소모했다. 그러나 <트위스터스>는 재해의 참상을 감정적인 직유로 치환하려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연대를 맺는 인물들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개인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제시한다. 다소 모범적인 정도를 밟아간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럼에도 허무주의적 세계를 비껴가면서도 광풍의 속도와 크기를 우직하게 살려내는 영리한 재난영화의 등장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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