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재된 <정년이>는 서이레 작가가 스토리를, 나몬 작가가 작화를 담당해 완성한 웹툰이다. 1950년대 전쟁 직후 한국에서는 주연부터 엑스트라까지 모든 배우가 여성인 국극이 큰 인기를 얻었다. 어릴 때부터 소리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목포 태생의 정년이는 여성 국극단의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상경한다. 당당하게 매란국극단의 단원이 되지만 매란국극단의 스타 배우 옥경과 혜랑, 에이스 영서 사이에서 정년이는 자신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실감한다. 자신의 야심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여성들과 여성 국극이라는 신선한 주제는 꾸준히 호평받으며 2019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국립극단 창극으로도 제작됐으며, 올 하반기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정년이>의 방영도 앞두고 있다. 정지인 감독, 서이레·나몬 작가와 나란히 앉아 웹툰과 드라마 <정년이>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해 물었다.
- 감독님, 작가님들 세분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얼마 만인가.
정지인 촬영장에 한번 작가님들이 오셨었다. 마침 정년이가 노래하는 신이라 의상을 예쁘게 갖춰 입고 있던 날이었다.
나몬 의상이 너무 귀여워서 이레 작가랑 계속 ‘이건 인형으로 만들어야 돼!’라고 말했다. (웃음)
정지인 작가님들과 태리씨가 찍은 사진도 봤다. 정말 귀엽더라.
서이레 드라마 촬영하는 걸 본 게 처음이었는데 같은 신을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찍는 게 신기했다. 연극과는 결이 다르구나 싶었고 실수를 최소화해 시간을 아끼려면 전체의 합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감독님의 역할이 중요하겠다고 느꼈다.
- 세분의 근황도 궁금하다.나몬 네이버웹툰에서 <자멸기관>을 연재하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세이브 분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웃음)
서이레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가능하다면 이주 아동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정지인 한창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촬영과 방송이 거의 동시에 끝나는 방식에 익숙한데 <정년이>는 사전제작이라 영상들을 계속 다시 보려니 기분이 이상하다. 전생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정년이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세월을 겪어낸 느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 연출을 맡기 전 <정년이> 원작 웹툰을 재밌게 봤다고.정지인 그렇다. 드라마화가 발표됐을 땐 누군지 몰라도 연출자가 꽤 고생하겠다 싶었다. (웃음) 등장인물이 많고 극중극도 올려야 하니까. 그럼에도 웹툰을 볼 때부터 극중극 연출이 잘됐다고 느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화면으로 옮기려고 했다. 하다 보니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더라. 시청자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 연출이 쉽지 않을 걸 예상하면서도 합류를 결심한 된 계기가 있나.
정지인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남성 캐릭터 없이 여성 캐릭터들만으로도 힘 있게 끝까지 가는 작품이라는 걸 대본을 읽으며 느꼈고,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 시기에 이런 작품을 만난 건 큰 행운이다.
- <정년이>는 앞서 창극으로도 만들어진 적 있다. 자신의 작업이 다른 매체로 옮겨간 것을 볼 때 작가 입장에선 어떤 느낌이 드나.
나몬 웹툰이 아닌 <정년이>는 관객의 입장으로 보게 된다. 창극처럼 드라마도 그렇지 않을까.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보다는 한명의 시청자로 드라마의 매력을 온전히 바라볼 것 같다.
서이레 창극의 장점은 소리가 주는 힘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창이 줄 수 있는 감동, 몸을 전율케 하는 울림이 잘 재현돼 있었다. 드라마 또한 보고 난 뒤에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왜 만들어졌는지 말이다. 지금은 창극을 봤을 때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정지인 드라마 방영이 시작된 후에 만났어야 했는데! (일동 웃음)
- 여성 국극을 각각 웹툰, 드라마로 옮길 때 무엇에 주안점을 뒀는지 궁금하다.
서이레 당시 사람들이 여성 국극을 좋아했던 이유에 주목했다. 1950년대는 여성들이 경제권을 가졌음에도 사회적 지위가 낮았다. 때문에 현실에선 불합리한 일들이 자주 벌어졌는데 여성 국극 안에서만큼은 여성 배우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전부 할 수 있다. 관객들이 그런 배우들을 멋있다고 느꼈다는 것이 국극의 주된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년이>의 극중극을 통해 그런 여성 국극의 특성을 현대의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
나몬 이레 작가가 말한 부분 외에도 여성에 대한 고착된 표현에서 벗어나보고자 했다. 정년이는 여성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남성도 연기한다. 그래서 소년, 소녀의 모호한 경계를 그려보려 했다. 국극 무대의 경우 남은 자료가 많지 않아 고증에 집착하는 대신 현대의 무대 요소를 활용하고 상상력을 더해 창작했다.
정지인 작가님들이 얘기한 캐릭터의 전복성이 내게도 무대의 재현만큼이나 중요했다. 평범한 10대, 20대 여성도 국극 무대 위에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왕자 외에도 조연들이 성별에서 해방된 채 맡은 역을 수행한다는 것이 국극이 지닌 매력이라고 느꼈다. 촬영 당시에 내가 특히 좋아했던 역할도 수염을 붙인 채 임금을 연기하는 배우였다. 출연 배우들 모두 본래의 역할에 더해 극중극 속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진짜 국극 단원들처럼 호흡이 맞아가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며 각색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각색 방향에 관해 두 작가가 의견을 준 부분이 있나.
서이레 없다. 온전히 믿고 맡겼다. 드라마를 써본 적도 없고 많이 보는 편도 아니라 내가 손을 대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색은 번역과 다름없다고 여긴다. 가령 영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100% 정확하게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뉘앙스 같은 게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그럼에도 전문가의 손을 거친 번역만의 맛과 깊이가 있다. 원작에서 덜어낸 부분도 있겠지만 반대로 드라마만이 갖고 있는 강점과 개성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각색 단계에서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정지인 최효비 작가와 여러 차례 대본 회의를 거쳤는데, 최종적인 각색 방향은 작품 제목처럼 정년이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매란국극단 내부의 서사를 끌고 가야 한다는 거였다. 회차가 더 있었다면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 부용이같이 아직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은 인물에 관해 궁금해하는 팬들이 있다.
정지인 부용이는 정말 고심했던 캐릭터다. 하지만 <대장금>의 장금과 금영처럼, <정년이>는 정년과 영서의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둘의 관계는 매란국극단 단장인 소복과 정년이의 어머니 용례의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각색 과정에서 부용이는 사라졌지만, 부용이가 갖고 있던 정서는 다른 캐릭터에 녹여내는 식으로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드라마를 보고 재미와 호기심을 느낀 시청자들이 원작으로 옮겨 가 원작의 세계관까지 같이 즐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시나브로 서로에게 물들어가기
- 캐릭터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1950년대 시대상을 극 중 인물에 어떻게 녹여내고자 했나.
서이레 사실 <정년이>를 쓸 때 시대극이라는 점보다 캐릭터 각각의 인물됨과 관계에 더 집중했다. 여중, 여고를 나왔고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한 공간에 여자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인 상황에 익숙하다. 그래서 <대장금>을 볼 때도 생각시들의 관계를 내 이야기처럼 즐겁게 받아들였다. <대장금>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작품과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년이> 속 인물들의 구성을 만들어갔다.
나몬 나도 비슷하다.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3년 내내 지냈는데 정말 재밌었다. 여자아이들끼리 있으면 별 짓 다 하고 논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상황을 담아낸 작품이 많지 않아 나중에라도 꼭 그려보고 싶던 차였다. <정년이>에도 시대상을 담기보단 독자가 공감할 이야기, 관계성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
정지인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달라도 10, 20대 시절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고 제약은 있을지언정 당대의 여성들에게도 꿈과 목표가 있었을 거란 것, 이걸 잘 표현해보자고 대본 리딩을 할 때 배우들과 자주 이야기했다. 돌이켜보면 이 정도로 10대 후반, 20대 초반 여성이 많이 보인 시대극은 없었던 것 같다.
- <정년이> 속 인물들은 대부분 각자의 고초를 겪으며 성장하는데 특히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이 정년이다. 정년이에 관한 작가와 감독의 해석을 들려준다면.
서이레 정년이는 한창 자라나는 똥강아지 같다고 나몬 작가와 자주 이야기했다. (웃음)
나몬 뭐가 뜨겁고 차가운지 아무리 알려줘도 직접 발을 대보고서야 ‘뜨겁구나!’ 하는 강아지 같다고 할까. 반면 영서라면 뜨겁다고 배운 물건엔 절대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정지인 그렇지. 영서는 배운 대로 행할 사람이다. 요즘 편집하면서 초반부의 정년이를 봐서 그런지 흙감자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웃음) 옥경이가 곱게 잘 자란 왕자라면 정년이는 형제들과 다퉈가며 자기 자리를 쟁취한 왕자에 가깝다. 원작에서도 매란국극단의 암묵적인 원칙을 깨고, 무대에도 결국 왕자가 아닌 석공 역할로 오르는데 그 모든 과정이 정년이답다. 전통 국극에선 살짝 벗어낫지만 그만큼 다른 차원의 매력을 선보인다.
- 두 작가가 <아가씨>의 김태리 배우를 보고 정년이의 외형 등을 연상했다던데, 실제로 김태리 배우가 정년이 역을 맡게 됐다.
서이레 ‘이게 진짜 된다고?’ 싶더라. (웃음)
나몬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진 ‘아냐, 안될 수도 있어’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현실감이 없어서 드라마를 봐야 실감이 날 듯하다.
정지인 태리씨가 정말 잘해줬다. 정년이가 시련을 겪는 과정까지 잘 표현했다. 지평선 너머의 예술가를 만났다고 느낄 정도였다.
- 영서는 단단하고 차가운 외면과 달리 속은 무르다. 흥미로운 이면을 지닌 캐릭터지만 그걸 표현해내는 건 창작자에게도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듯하다.
서이레 초반에 정년이가 영서를 보고 ‘쌩콩 맞다’고 하는데, 전라도 방언으로 새침하다는 뜻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영서의 이미지다. 그런데 속은 여려서 본인의 인정욕구와 방어기제를 깨뜨리고 나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다.
정지인 영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매란국극단의 성골이지만 정년이란 존재를 만난 뒤로 서서히 변해간다. 그 차이를 잘 살리려고 했다. 노래, 춤, 국극 연기까지 신경 쓸 게 많아 예은씨가 힘들었을 거다. 추가로 예은씨에게 부탁한 건 정확한 발음이었다. 영서가 서울깍쟁이 같은 면이 있고 또 정년이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명확한 차이를 주고 싶었다.
- 정은채 배우는 옥경을 연기하기 위해 처음으로 쇼트커트에 도전했다.
정지인 왕자님 그 자체였다. (웃음) 현장에서 항상 왕자님이라고 불렸다. 배우 본인도 갈수록 옥경이로서의 태가 잡혀서 처음엔 소녀 팬들이 몰려오는 장면을 민망해하며 찍었지만 나중엔 ‘너희 또 그러는구나’라는 태도로 능숙하게 대했다.
- 그런 옥경 곁에 항상 혜랑이 자리한다. 혜랑은 실력이 뛰어나고 야망도 있어 좀처럼 주연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정지인 그래서 윤혜씨가 고생이 많았다. 여성 국극 최고의 여배우라는 아우라가 필요해 소리하고 춤추는 걸 익히는 데 품을 많이 들였다.
나몬 웹툰에서도 혜랑이를 그릴 때 가장 힘을 줬다. 오고무 춤, 검무 등 춤추는 장면이 많았고 이 사람이 왜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를 드러내야 해서 긴장하며 그릴 수밖에 없었다.
정지인 (서이레 작가를 보며) 글로는 훨씬 심플하게 썼을 것 같은데.
서이레 쓰는 입장에선 편했다. ‘혜랑이가 멋있게 춤춘다’ 이 한줄이면 됐으니까. (웃음) 혜랑은 마피아 보스 같은 면이 있다. 국극단에서의 정치적 파워가 세고 자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다 한다. 그런 면모를 잘 드러내고 싶어서 단원인 도앵이를 내쫓을 때도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타나도록 했다.
- 용례 역엔 문소리 배우를 캐스팅했다.
정지인 용례는 드라마 초반의 정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캐스팅을 신중하게 고려했다. 섭외 확정 전에 문소리 배우와 미팅을 가졌는데 “내가 소리했던 거 알고 연락한 거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20대 때 연극을 하며 소리를 배웠다더라. 개인적으로 웹툰과 창극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용례와 정년이가 <추월만정>을 부르는 신이었다. 그래서 창극 못지않게 이 장면을 잘 연출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 얼마 전 <추월만정> 장면을 편집했는데 새삼 문소리 배우가 용례 역을 맡아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리해서 일출 시간에 촬영했는데 해까지 떠올라 다행이었다.
생동감, 약동감, 추진력
정지인 기본적으로 자료가 적긴 했다. 조사를 열심히 하고 여성 국극 1세대인 조영숙 선생님까지 만나뵀지만, 그럼에도 추가로 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 작가님들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서이레 그때 국극 대본을 드렸다. 1950~60년대 대본은 아니고 1980~90년대에 KBS에서 여성 국극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만들어진 대본이 3권 정도 있다. 충남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것을 어렵게 구해 보관해두고 있었다.
정지인 그 대본이 정말 유용했다. 극중극 대본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뭘 중점에 둬야 할지, 특히 미술 파트에서 무대를 어떻게 꾸리고 어떤 소품을 준비할지 참고했다.
- <정년이>엔 <춘향전>처럼 실제 존재하는 극 외에 <쌍탑전설> 같은 창작극도 무대에 오른다. 직접 창작하고 연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서이레 <춘향전>을 첫 극중극으로 택한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다. 익숙하고 무엇보다 레퍼런스로 삼을 자료가 많았다.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은 전부 창작극인데, <쌍탑전설>의 경우 전설로 불리는 여성 국극인 <무영탑>을 새롭게 연출했다. <바보와 공주> <자명고>는 한국의 전설, 민담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인데 현대인의 시선에선 이게 로맨스인지 폭력물인지 경계가 불확실한 지점이 있다. 그런 부분을 잘 각색하려 했고 <바보와 공주>에서도 평강공주가 피해자로 묘사되곤 하지만 내가 연출하는 <바보와 공주>에서는 공주가 사랑 대신 자신의 야망을 택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중심 서사와 연결 지어 짰다.
나몬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은 무대와 의상의 많은 부분을 현대극에서 따오고 상상에 맡기기도 했다. <춘향전>을 시작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어떻게 연출해야 극적으로 보이고 정년이의 감정이 생생하게 가닿을지 체감할 수 있었다.
정지인 작가님들이 원작에서 잘 표현해줘서 연출에서의 막막함은 훨씬 덜했다. 여성 국극의 무대 분장이 무척 화려한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들면 안되니까 의상팀, 분장팀, 촬영팀, 조명팀까지 계속 같이 테스트를 했다. 예를 들면 눈썹 하나를 그리더라도 고증에 맞추되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를 찾아나가는 거다. 매란국극단의 성패와 무대연출이 맞물려 있다고 느껴 그 연결지점을 짚어내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쌍탑전설>을 찍을 때는 촬영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도 나눴다. 이번만큼은 너무 고증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걸 다 투입해서 멋지게 찍어보자. 마지막 공연이고, 정년이와 영서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이런 식으로 매란국극단의 일상은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무대에서의 국극만큼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연출했다.
- 하반기에 드라마 <정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시청자들이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정지인 극중극 장면들을 언급하고 싶다. 무대연출 담당 선생님이 따로 계셨고 어떻게 해야 현대극과 차별이 있으면서도 고전극, 악극의 형태를 취할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드라마에 무대를 접목해보는 시도가 신기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 드라마 <정년이>에 관해 작가님들이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나몬 웹툰에서의 극중극 연출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움직임 자체가 보이지 않고 음악이 들리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웹툰에서 생략된 부분이 다 표현될 것이 아닌가. 공들여 연출해주신 무대 장면이 가장 기대가 크다.
서이레 배우들이 소화해 풀어낸 인물들이 궁금하다. 같은 정년이어도 내가 생각한 정년이와 배우가 보고 해석한 정년이는 다를 것이다. 각자 어떻게 이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보여줄지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