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친근한 대상이 공포로 바뀐다는 두려움과 당혹감 사이, <이매지너리>
2024-08-28
글 : 문주화 (영화평론가)

거대한 거미에게 쫓기는 악몽에서 깨어난 제시카(드완다 와이즈). 그녀는 자신의 무의식을 잠식한 상상적 이미지인 거미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어린이책 작가다. 유부남인 맥스와 결혼하여 두딸 테일러(태건 번스)와 앨리스(파이퍼 브라운)를 얻은 제시카는 자신이 유년 시절 살던 집으로 이사하여 새로운 삶을 꿈꾼다. 어느 날 작은 딸 앨리스는 지하실에 있던 곰인형 ‘천시’를 발견하고 상상친구로 지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동심의 탈을 쓴 상상친구 천시가 공포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공포의 근원지는 제시카의 유년 시절이며, 그렇게 대물림된 공포는 앨리스와 제시카, 현실과 상상을 가로지른다. 영화는 동심과 공포를 접합시키려는 다양한 요소들, 이를테면 수상한 이웃, 지하실의 문, 벽의 낙서 등을 제시하지만 익숙함이 공포로 바뀐다는 비교적 안전한 공식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가족 서사와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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