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스핀오프로 넷플릭스 시리즈 <정강 경찰서>가 나왔다. 전작의 산업적 성공이 시리즈화에 끼친 영향이 있나.
청웨이하오 <메리 마이 데드 바디>에 대한 시장 반응을 알기 전에 시리즈화를 결심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촬영할 때부터 이미 허광한과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남다르다는 것을 확신했고, 이 그룹을 중심으로 범죄 코미디 시리즈를 확장한 것이다.
인전하오 황당하게 웃기면서도 범죄 수사를 정교하게 풀어나가는 코미디가 목표였다. 동시대 시청자들에게 유효한 오락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미니시리즈에 일상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봤다. <정강 경찰서>는 그리 길지 않은 에피소드 구성이기 때문에 시리즈를 한번에 몰아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잘못 쓴 관용구’가 살인마의 동기이자 추리의 힌트가 된다. 속담과 격언이 매우 아시아적인 소재로 느껴지는 한편, 이에 둔감한 동세대의 문제로도 읽힌다.
인전하오 비단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 아닌가. 사람들이 약어를 자주 쓰고 그래서 철자를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황당하지만 공감가는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청웨이하오 대만 관용구 중에 “동기는 콩알만 하지만 살의는 바다만큼 크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장르적으로 가지고 놀고 싶었다. 사람들이 한자를 잘못 사용했다는 이유로 연쇄살인마가 움직인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다. 한자 관용구는 우리의 일상에 여전히 녹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우리 세대는 이를 잘 모르거나 틀리기 십상이다. 우리 곁에 있는 문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 코미디와 범죄 스릴러라는 대조적 장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과제는.
청웨이하오 두 가지 다른 장르와 톤을 오가는 일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웃음) 우리는 이것을 ‘공식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때로는 어떤 클래식을 웃기게 모방하는 방식으로, 메타적으로 스토리텔링했다. 의도적으로 전형성을 구현하거나 범죄 스릴러의 클리셰를 표방하기도 했다. 빤한 장면을 연출한 뒤 약간의 템포나 리듬 변화를 통해 더 코믹한 효과를 주는 식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기술들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전통적이고 진지한 방식으로 연기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웃긴 효과를 낸다.
- 허광한이 이끄는 코미디 형사물의 계보를 만들어가는 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로맨틱한 이미지로 먼저 알려진 배우인데, 형사 우밍한과 이를 연기하는 배우 허광한의 희극적 진가를 말한다면.
청웨이하오 밍한은 어찌보면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정감이 가는 인물이다. 한국말로는 중2병과 비슷할까? (웃음) 직설적이고 무뚝뚝한데 종종 생각하기 전에 말부터 하기 때문에 주변인들을 힘들게 한다. 본인도 후회를 많이 하는 캐릭터다. 나는 밍한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따뜻한 성정을 좋아하는데 배우 허광한이 가진 깊이감이 언뜻 이런 면모를 훌륭하게 내비친다. 그는 허술한 사람과 깊고 우울한 사람을 모두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다. 실제로 허광한 배우는 아주 조용하고 예의바른 인물이다.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러나 촬영 준비가 끝나고 카메라가 켜지면 순식간에 우밍한처럼 웃기게 행동한다. 그걸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인전하오 내가 보기에 허광한 배우는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등의 장르에 위계나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연구하고 신뢰하는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할 뿐이다. 그것이야말로 프로페셔널 배우다운 자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