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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아일린’ ‘우씨왕후’
2024-09-06
글 : 김소미
글 : 정재현
글 : 이자연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디즈니+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에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마거릿 퀄리, 윌럼 더포, 홍차우, 요르고스 스테파나코스/ 공개 8월3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예술적 완성 혹은 피로? 어느 쪽이든 란티모스적 스펙터클임이 확실하다

“어떤 이는 학대하길 원하고, 어떤 이는 학대당하길 원하지.” 영화의 문을 여는 유리스믹스의 신스팝 <Sweet Dreams>만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오랜 주제를 재치 있게 요약하는 노래가 또 있을까. 세편의 독립된 우화에 동일한 배우들이 출연해 역할을 변주해가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감독의 전작들을 선명한 참조점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송곳니>의 가족 권력 구조를 기업 세계로 확장했다. 신격화된 상사 레이먼드(윌럼 더포)로부터 삶을 통제 당하는 로버트(제시 플레먼스)가 살인 명령을 거절하면서 결국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이야기다. <더 랍스터>의 심장을 가진 두 번째 이야기에선 경찰관 다니엘(제시 플레먼스)이 해양생물 탐사 중 실종됐다 돌아온 아내 리즈(에마 스톤)를 가짜라고 믿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이 커플은 컬트 신도가 되어 재등장한다. <킬링 디어>의 종교적 모티프가 더욱 직설적으로 확장된 에피소드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예언자와 그 추종자들의 여정이 담긴다. 윌럼 더포는 가혹한 지배자에 해당하는 인물을 세 가지 방식으로 연기했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토니 맥나마라 작가가 아닌 오랜 창작 파트너 에프티미스 필리포와 재회한 작품이다. 덕분에 <가여운 것들>의 정동이 희망적으로 느껴지리만치 초기 영화의 부조리와 냉담함, 감정적으로 메마른 연기 스타일이 두드러진다. 근작들에서 과시한 시각적 양식성은 한층 줄어든 대신 란티모스식 행동실험의 내러티브를 집대성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적 권력 구조, 사랑의 허위성, 예속과 자유의지의 문제를 개인, 사회, 종교적 차원에서 암시하지만 주제를 전면에서 다듬기보다는 구조적 유희와 반복에 몰두한 인상을 준다. 불협화음을 서서히 증폭시켜가는 저스킨 펜드릭스의 스코어 역시 훌륭히 일조한다. /김소미

아일린

넷플릭스 /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 출연 토마신 매켄지, 앤 해서웨이/ 공개 9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서스펜스의 시작은 관음으로부터

무어헤드 소년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아일린(토머신 매켄지)의 삶은 무료 그 자체다. 직장 동료들에게 신임을 얻고자 애쓸 성의도, 폭압적인 홀아버지에게 맞설 기력조차 없다. 권태로운 나날을 이어가던 아일린은 어느 날 일터에 새로 부임한 심리학자 리베카(앤 해서웨이)를 만난다. 아일린과 리베카는 서로의 진취성에 감응해 금세 친구가 된다. <레이디 맥베스>로 주목받은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소설 <아일린>을 영화화했다. 이를테면 시점 주체인 아일린은 젊은 남성 교도관, 리베카의 연구 자료 등을 관음하다 이내 리베카를 시선 끝에 둔다. 이때 리베카에 대한 성애적 환희와 인간적 호기심이 일상의 균열을 충동하는 경로를 섬세히 체화한 토머신 매켄지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앤 해서웨이 또한 리베카의 동기를 포식자가 행하는 심리 조종 혹은 동조자가 베푸는 선의 양자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며 작품의 흐름을 주도한다. /정재현

우씨왕후

티빙/ 감독 정세교 / 출연 전종서, 김무열, 정유미 / 공개 8월2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현대적 관점의 조각칼로 세공이 필요하다

고구려 왕 고남무(지창욱)는 지난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지만 치료 끝에 사망하고 만다. 홀로 남은 우희(전종서)는 남편이 죽으면 그의 동생과 재혼하여 가문을 살리는 고구려의 풍습 취수혼을 따르게 되고, 어떻게든 왕후가 되기 위해 자기만의 고군분투를 펼친다. 왕이 떠난 빈자리를 노리는 맹렬한 세력다툼 속에서 왕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려는 여성의 이야기가 <우씨왕후>의 주요 갈래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앵글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극적인 설득력이 떨어지는 정사신의 반복은 애초 작품이 가졌던 메시지의 힘을 흐리게 만든다. 이 과정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그려내려는 시도도 엿보이지만 긴박함을 떨어뜨리는 장애 요소로 금세 전락하고 만다. 우희의 서사를 촘촘하게 일구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지금까지 파트1인 총 4화까지 공개됐다. <우씨왕후> 파트2는 9월12일 낮 12시에 공개된다. /이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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