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웬즈데이> 세대에게 소개하는 8~90년대 버튼의 전성기, <비틀쥬스 비틀쥬스>
2024-09-11
글 : 임수연

유령을 보는 10대 고스족 소녀 리디아 디츠(위노나 라이더)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딸 하나를 둔 엄마가 됐다. 그는 ‘고스트 하우스’라는 심령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는 영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비틀쥬스(마이클 키턴)의 환시를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의 옆에는 쇼의 프로듀서이자 어딘가 수상쩍은 약혼자 로리(저스틴 서룩스)가 있다.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 디츠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와 리디아 그리고 아스트리드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삼대의 여자들은 생전 찰스가 아꼈던 집(이자 전편 <비틀쥬스>에서 디츠 가족이 이사왔던 그 집)에 다시 모인다. 찰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전시회와 장례식 그리고 리디아와 로리의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 아스트리드에게 제레미(아서 콘티)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번 부르면 그를 소환할 수 있다는 규칙에서 유래한 제목이다. 미치광이 유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의 상황, 즉 리디아가 유령의 꾐에 빠져 사후 세계로 넘어간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비틀쥬스를 소환하는 설정을 의미한다. 이를 비롯해 영화는 <비틀쥬스>를 구성했던 규칙들, 이를테면 분필로 문 모양을 그리면 사후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포털이 열리는 장치를 계승하며 80년대 영화에 열광했던 관객층에게 확실한 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작의 한 장면을 따온 오프닝 시퀀스, 모래 벌레의 등장, 지알로의 오마주까지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아는 만큼 더욱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뿐만 아니라 CGI 시대가 열리기 전 다양한 특수효과를 과감히 끌어들여 발칙한 호러 이미지를 탄생시켰던 <비틀쥬스>의 스타일까지 이어간다. CG 대신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뻔뻔하게 들이미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시퀀스가 기묘하고 불균질하게 융합된 농담 같은 영화다.

여기에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2000년대 들어 여러 실사화와 리메이크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맛봤던 팀 버튼의 부활을 알린 <웬즈데이> 세대를 함께 끌어들인다. <비틀쥬스>의 흥행 이후 <배트맨> 시리즈까지 출연한 마이클 키턴을 비롯한 전편의 캐스트와 모니카 벨루치, 윌럼 더포 등 호러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물들, 팀 버튼이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의 제나 오르테가 등 각 시대를 상징하는 배우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1편 당시 비틀쥬스가 10대 고스족 소녀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마이클 키턴과 위노나 라이더는 20살 차이다.편집자), 지금 시대에 더더욱 문제시될 수 있는 설정이 아스트리드를 통해 어떻게 변주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1990년대부터 ‘비틀쥬스 하와이 가다’라는 제목으로 속편 제작을 추진했던 워너브러더스의 오랜 꿈이 전편으로부터 36년 만에 이루어졌다.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close-up

<비틀쥬스>에서 리디아의 아빠 찰스 디츠를 연기했던 제프리 존스는 2003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돼 이후 커리어가 끊겼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찰스가 비행기 사고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지만 상어에게 습격당해 죽었다는 스토리를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그의 유령은 상체가 없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편의 설정을 잇지만 성범죄자 배우의 명예 회복을 돕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재치 있게 풀어낸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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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감독 팀 버튼, 1993

비틀쥬스의 전 부인 델로레스(모니카 벨루치)는 토막 난 몸을 스스로 스테이플러로 이어 붙여 다시 전남편 앞에 나타난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샐리(캐서린 오하라)는 팀 버튼이 재해석한 여성 프랑켄슈타인이자 델로레스의 출발점을 알 수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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