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사기꾼, 뻔뻔한 거짓말쟁이, 세상에서 가장 미움받는 마녀 애거사 해크니스(캐서린 한). 마녀로서의 모든 능력을 잃은 채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가는 애거사 앞에 어느 날 수수께끼의 10대 소년 틴(조 로크)이 나타난다. 틴을 통해 마녀로서의 자아를 각성한 애거사는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 어중이떠중이 마녀들을 모아 신비롭지만 위험천만한 ‘마녀의 길’로 떠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TV시리즈 <완다비전>에서 조연임에도 폭발적 인기를 누린 마녀 애거사가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 <전부 애거사 짓이야>로 돌아왔다. 스릴러, 다크 판타지, 코미디, 공포를 넘나드는 마녀들의 모험은 9월19일부터 디즈니+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잭 셰이퍼 감독과 메리 리바노스 프로듀서에게 <전부 애거사 짓이야>의 제작기에 대해 들었다.
- 제목부터 시작하자.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3년 전 큰 화제를 불러모은 동명의 노래 제목(
메리 리바노스 처음 <완다비전>의 에피소드 하나를 맡았을 때만 해도 우리가 애거사 해크니스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캐서린 한의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과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애거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한때 <전부 애거사 짓이야>가 아이튠즈 톱차트에서 저스틴 비버를 제쳤는데, 그때 우리가 일을 냈다는 것을 알았다. (웃음)
- 시리즈 제목이 여러 번 바뀌었다.잭 셰이퍼 사실 다른 제목들은 모두 ‘페이크’였다. 애거사는 협잡꾼으로 이름난, 모든 것이 속임수인,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캐릭터다. 그런 애거사가 스트리밍서비스를 뚫고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장난을 치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해보았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적인 방식으로, 애거사가 화면 뒤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꼭두각시극을 조종하는 거다. 그렇게 가짜 제목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 3년간 우리가 흘린 제목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가짜였다. (웃음) 이번 시리즈의 이름은 언제나 <전부 애거사 짓이야>였다. 모든 비밀과 거짓말 뒤에는 애거사가 있다는 설정은 극의 핵심이기도 하다.
- 애거사가 힘을 잃고 오합지졸 마녀들을 모아 ‘마녀의 길’로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이 줄거리에 원작은 얼마나 반영되었으며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메리 리바노스 애거사는 코믹에서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본인을 내세운 시리즈가 제작된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캐릭터다. 그래서 <전부 애거사 짓이야>의 스토리는 잭 셰이퍼 감독을 비롯해 작가들이 창작한 오리지널이다. 물론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제작자로서 내 역할은 모든 코믹 원작을 다 읽는 것이고, 그래서 원작의 많은 부분을 녹여냈다.
잭 셰이퍼 극을 구상할 때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애거사라는 캐릭터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하나는 애거사가 힘을 잃는 것이다. <완다비전>에서 강력한 알파 마녀였던 애거사가 <전부 애거사 짓이야>에서는 모든 힘을 완다에게 빼앗긴 채 등장하는 이유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인물들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제멋대로인 애거사가 팀플레이에는 영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거사가 권능을 잃은 채 다른 마녀들과 팀을 이룬다는 극의 큰 얼개가 완성됐다. 거기에 원작에 있던 ‘마녀의 길’이라는 설정을 중심축으로 해서 애거사를 가장 마녀다운 모험의 길에 오르게 했다.
- 이번 시리즈는 코믹과 공포, 인간 세상과 마녀의 길을 넘나든다. 다양한 장르와 설정을 하나로 녹이면서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잭 셰이퍼 그게 가장 재밌는 부분이었다. 캐서린 한은 한순간에 코미디를 진지한 드라마로 전환할 수 있는 배우이고,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 것은 우리 작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우리끼리 “이 작품의 톤은 캐서린 한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캐서린 한 덕분에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이 도전이 아닌 기회이자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 <전부 애거사 짓이야>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애들’이라고 하는 젠지(Gen Z)를 형상화한 듯한 틴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이번 스핀오프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해야 할 캐릭터가 있다면.
잭 셰이퍼 틴은 마녀 애거사의 팬으로 마법에 푹 빠져 있는 10대 소년이다. 인간으로 숨어 살던 애거사를 찾아내 모험을 떠나게 부추기는 이 수수께끼 소년의 정체는 우리 시리즈가 풀어가는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 중 하나다. 리오 비달(오브리 플라자)은 애거사와 복잡한 과거사가 있는 또 다른 의문의 인물이다. 죽자 살자 싸우다가 다음 순간엔 또 죽이 잘 맞는 둘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애거사와 리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추측하는 것도 극의 재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녀들의 집회 구성원들이 있다. 미래를 예언하는 마녀 릴리아(패티 루폰), 냉소적인 연금술사인 마녀 제니퍼 케일(사쉬어 자마타), 용감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앨리스 우걸리버(알리 안), <완다비전>에 이어 등장해 끝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허트 부인(데브라 조 럽)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하다.
- <완다비전>은 흑백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를 제작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메리 리바노스 <완다비전>이 무대장치를 통해 시트콤의 전성기를 소환했다면, 우리는 판타지와 공포영화의 황금기를 사실적인 화면 연출을 통해 불러오고자 했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의 모든 장면은 촬영 당일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블루스크린, 그린스크린을 쓰지 않았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바닷가의 저택을 비롯해 ‘마녀의 길’ 위의 모든 배경을 스태프들이 실제로 구현했다. 지금도 배우들이 ‘마녀의 길’ 세트장에 들어서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세트장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워서 일부 배우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에 정말로 발을 들이는 듯한 특별한 순간이었다. 제작 과정에 추구한 리얼리즘이 배우들이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왔고, 이는 극 전체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