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고스트 월드>, 만화에서 영화까지
2002-06-18
처음에 한줄 낙서가 있었다

<고스트 월드>는 대니얼 클라우즈가 시카고의 빈민가를 지나다 우연히 본 낙서에서 시작됐다. 읽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게 벽에 휘갈겨진 낙서 가운데, 주차장에 선명하게 쓰인 “Ghost World”란 단어가 클라우즈의 눈에 띈 것. 클라우즈는 이 단어에서 급속도로 변해가며 점점 획일화되는 현대사회의 풍경을 떠올렸고, 과거의 모습이 사라지고 남은 유령 같은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니드와 레베카의 캐릭터를 구상했다. 1년에 두번 발행되는 클라우즈의 만화잡지 <에이트볼>에 실린 <고스트 월드>는 냉소적인 캐릭터와 신랄한 유머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95년에 이 만화를 본 테리 즈와이고프는, “그저 하나의 거대하고 기업화된 쇼핑몰, 갭과 스타벅스와 버거킹으로 채워지는” 미국사회와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놀랄 만큼 자신의 생각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내 클라우즈를 찾아간 즈와이고프는 당시 막 완성된 <크럼>의 비디오를 건넸고, 이 영화를 맘에 들어한 클라우즈는 흔쾌히 <고스트 월드>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이 2년여에 걸쳐 공동으로 각색한 각본은, 만화 원작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기본 뼈대로 하되 시모어의 이야기가 새롭게 추가됐다. 시모어는 영화에 등장하는 78회전 레코드 1500여장을 자신의 소장품에서 조달할 만큼 1920년대 블루스와 재즈의 수집광인 감독의 일면이 반영된 인물. 촬영장에 드나들며 이니드의 미술 수업에 걸린 유니콘 그림, 시모어의 쿡스 치킨 스크랩북 등 소품 일부에도 참여했으며, 레베카가 일하는 커피숍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괴짜 손님 펠드먼과 다른 학생의 미술 작품으로 나온 “찻잔 속의 탐폰” 등은 그의 또 다른 만화 <아트 스쿨 컨피덴셜>에서 설정을 따왔다. 이니드의 일기장과 같은 스케치북의 그림에는 로버트 크럼의 딸 소피 크럼이 힘을 실어주기도. “미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캘리포니아 LA를 ‘'유령도시’로 삼아 촬영했다.

▶ 판타스틱 소녀백서 / 황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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