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우> Flow
긴츠 질발로디스 / 라트비아, 프랑스, 벨기에 / 2024년 / 85분 / 오픈 시네마
10.04 BT 20:00 / 10.06 B3 13:00
삶을 향한 의지는 어떻게 발현되고 어떻게 충족될까. 갑작스러운 대홍수가 세상을 뒤덮은 어느 날, 천재지변의 공포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는 수재(水災)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워 보이는 돛단배로 향한다. 그 안에는 이미 같은 상황에 놓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여우원숭이, 카피바라 등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은신하고 있다. 서로의 존재를 경계하던 것도 잠시, 어느덧 작은 배는 모두의 피난처가 되었다. 각기 다른 신체 능력, 소통 방식을 지닌 동물들은 공통된 어려움을 앞에 두고 조금씩 서로를 맞춰나간다. <플로우>는 가지각각 동물들의 생존 본능과 생애 의지를 조명하지만 그들에게 쉽게 안락함을 내어주지 않는다. 거대한 새에게 사냥당하는 고양이의 모습이나 소용돌이치는 폭풍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버티고 견디는 일의 필요와 의미를 장면 곳곳에 조용히 전하며 희망을 잊지 않는다.
동물도 트라우마를 갖는다. 순록 떼를 보기만 해도 대홍수가 일어나던 순간을 떠올리는 고양이의 불안은 인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면마다 인간의 문명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플로우> 안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롯이 동물들만이 폐허가 된 물의 광장을 지키며 세상을 이어나갈 뿐이다. 생명 다양성의 아름다움, 자연의 위엄과 공포, 생애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 이타심과 존중 등 현대사회가 놓쳐가는 귀중한 가치를 그대로 낚아채는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힘이 느껴진다. 특히 동물들의 신체성, 역동성을 실제 모습 그대로 구현해냈고 대사 한마디 없이 이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표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음악 또한 <플로우>에 힘을 싣는다.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 관객상, 음악상 등 총 4개 부문을 석권한 최다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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