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중년 여성의 삶을 탐구하던 황슬기 감독이 그 끝에서 자신을 발견한 것은 잠시 편찮으신 어머니를 간호하게 되면서다. “돌봄 노동과 여성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나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중년 여성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이자 돈을 위해 어머니 서희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홍이의 오늘에는 그가 직접 보고 겪은 30대 여성의 애환이 녹아 있다. 동시에 “삶의 원인과 결과로만 홍이를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던 황슬기 감독의 의지에 의해 홍이는 별다른 전사가 없는 모호한 인물로 그려졌다. 홍이의 무표정 또한 사람의 “가장 일상적인 표정”을 담으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한편 서희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도 몸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에어로빅과 산책 등 활동성을 강조했다. 홍이의 수강생과 서희 같은 중년 여성에게서 “자기 삶을 주도하지 못하는 서투른” 모습을 발견한다는 그는 “솔직함”의 부재를 모녀의 파국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서희의 강한 성격은 병에 대한 두려움과 홍이를 향한 마음을 감추는 방식이다. 사회적 기반이 없는 자신을 숨기려 오픈 채팅을 애용하는 홍이도 그렇다.” 불꽃놀이 같은 소통의 희망도 잠시, 영화는 홍이를 다시 세상 속에 홀로 남긴다. “반짝이는 순간만 기억하기에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 오히려 가혹하더라도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것이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점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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