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얄 카파디아 / 프랑스, 인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 2024년 / 118분 / 아시아영화의 창 10.06 C7 13:30 / 10.09 B1 12:30
카스트제도가 잔재하고 성차별 문제가 뿌리 깊은 인도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자와 연애하는 일마저 금기처럼 치부된다. 고층 빌딩이 자리한 현대적인 도시 뭄바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그동안 우리가 주로 접했던 인도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모습, 예컨대 한적한 시절이나 신비로운 숲과 대비되는 대도시에서 포착되는 고층 건물과 교차로로 도시의 풍경을 그리며 도시화 속의 퇴행성이 빚는 모순과 충돌을 포착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성격과 가치관 차이로 갈등하는 두 간호사 아누와 프라바다. 카메라는 이들을 경유해 도시의 쓸쓸한 불빛을 시적으로 담아내며 현대 인도에서 여성이 삶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비춘다. 그리고 두 여성의 관계는 노년이 되어서야 해변가 마을로 도피 여행을 떠나는 파르바티의 여정에 함께하면서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원초적 욕망과 영적인 신비주의가 각기 다른 세대를 아우르는 마술적 연대로 확장되는 유려한 연출이 미덥다. <무지의 밤>으로 2021년 칸영화제 다큐멘터리 상영작 가운데 수여하는 골든아이상을 받았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