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호랑이 소녀 Tiger Stripes
2024-10-05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아만다 넬 유 / 말레이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카타르 / 2023 / 96분 / 특별기획 프로그램: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10.06 L10 09:30

성장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트라우마로 만드는 것은 환경이다. 반에서 처음으로 생리를 시작한 자판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생리대를 잘못 간수하면 정신이상자가 된다거나 귀신이 붙는다는 괴소문도 함께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본성일까. 자판의 손에 호랑이의 발톱이 돋아난다. <호랑이 소녀>는 여성의 신체를 같은 여성마저 존중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전근대적 사회와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에 더해 성장의 자리에 놓인 변태의 과정은 내적 고통의 표면화를 넘어 고양이와 호랑이, 유인원과 인간 사이 어디로든 뻗어갈 수 있는 무한한 자아의 긍정으로 확장된다. 아만다 넬 유 감독은 묵직한 주제의 바디 호러 위에 만화적 터치를 더하는 능란한 솜씨로 데뷔작을 이끌어간다. 틱톡 콘텐츠와 스마트폰 라이브 방송 등 현시대 청소년의 이미 지인 뉴미디어의 화면을 스크린에 그대로 투사하는 거친 방식도 매력적이다. 이토록 혈기 왕성한 맹수의 충동을 동력 삼아 달려나가는 <호랑이 소녀>는 그릇된 규범을 지적하고 파훼하는 단계적인 사냥의 절차를 한 호흡에 달성한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했으며, 말레이시아 당국의 심의는 통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