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마른 익사 Drowning Dry
2024-10-05
글 : 최현수 (객원기자)

라우리나스 바레이사 /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 2024년 / 89분 / 플래시 포워드 10.05 C4 13:30 / 10.07 B3 20:30 / 10.08 C5 19:30

프로 복싱 선수인 남편이 링 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날, 에르네스타와 그녀의 가족은 언니의 가족과 함께 호숫가에 있는 교외의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테라스에 앉아서 보내는 바캉스는 평온하지만 어딘가 기이한 형색이다. 남편들은 시답잖은 돈 이야기를 하다 주먹다짐을 하고,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은 사실 도자기를 바닥에 깨는 일이며, 두 자매는 아무 이유도 없이 도나 루이스의 원히트 원더에 맞춰 춤을 춘다. 이물감을 잔뜩 남긴 일상에 평화를 깨는 사건이 하나 발생하고, 두 가족은 그 파장을 오래도록 겪는다. 라우리나스 바레이사는 <마른 익사>에서 균열의 시간을 감지한다. 이때 자매의 가정에 덮친 비극을 향한 질문은 ‘왜’나 ‘어떻게’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How long)’다. 폐부에 물이 차 식도를 타고 역류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넘치는 죽음은 역설적으로 생기마저 증발할 만큼 오랜 기간에 방치된 관계의 결과처럼 나타난다. 사건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 제시한 영화 속 커다란 반전보다, 충격의 여진으로 모두 입을 닫아버린 실어증의 시간이 관객들의 가슴을 옥죄어온다. 제77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최우수연기상을 석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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