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아벨 Abel
2024-10-05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엘자트 에스켄디르 / 카자흐스탄 / 2024 / 120분 10.05 B2 20:00 / 10.06 C3 16:00 / 10.10 L7 17:00

엘자트 에스켄디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벨>은 카자흐스탄의 너른 초원을 빌려 좁디좁은 인간사회의 욕망과 부자유를 관찰한다. 소련이 붕괴한 1993년, 남부 카자흐스탄의 협동목장도 해체된다. 목자들은 각자의 몫을 받으려 이합집산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관료의 행패는 소련 시절보다 극심하다. 정직하게 살아온 늙은 양치기 아벨에게 하루아침에 정치화된 마을은 잔혹하다. <아벨>의 건조한 화법은 화폐화된 양과 땅에 무심하다. 대신 영화가 따라붙는 대상은 유목민의 낭만이 말소된 들판 위의 인간이다. 때로 카메라는 벌판을 방황하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좌표계를 상실한 시대의 방향감각을 닮아간다. 특히 빚을 갚기 위해 양을 원하는 난봉꾼 아들과 아벨의 황무지 위 언쟁은 부자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끈질긴 트랙 아웃으로 담아낸 영화의 백미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 시대에 진정한 유랑이란 불가능하다는 듯 이내 집으로 발을 돌리며 아벨 가족에게 침투한 현대사회의 억압적인 리듬을 주지시킨다. 오프닝의 빼어난 롱테이크를 비롯해 집 안팎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숏들은 인물 간의 관계와 욕망의 흐름에 예속된다. 모든 것이 돈인 세상에서 이제는 사람이 울타리에 매인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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