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지 이십 년이 넘었다. 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안 빠지고 온 것 같다. 영화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왔다. 하루에 두세 편씩 영화를 보면서 관객과의 대화(GV)도 많이 봤다. 2007년 <남과 여>를 만든 클로드 를루슈 감독이 <역의 로망>으로 내한했다. 당시 70살의 나이에 멋진 가죽 잠바를 입고 오셨다. 그에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남과 여>가 평생 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익명으로 칸영화제에 <역의 로망>을 출품했는데 그게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웃음) 밤 11시가 넘어서 GV가 시작됐다. 50대 아저씨들이 “당신이 만든 <남과 여>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라거나 “나는 당신의 <남과 여>를 아직도 꿈꾸고 있다. 영광”이라고 고백하고, 엄청난 열기 속에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정이 넘어갔다. 그런데도 감독은 “부산영화제 관객 최고”라면서 계속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나도 약속이고 뭐고 포기하고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런데 부산영화제에는 학교 과제를 하기 위해 오는 영화과 학생들이 있지 않나. 젊은 학생 하나가 질문했다. “감독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요?” 분위기 깬다며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클로드 를루슈 감독은 관객에게 야유하지 말라며 “이렇게 기초적인 질문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너무 멋진 대답을 들려줬다. 영화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영화를 찍으라고 클로드 를루슈 감독 역시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사준 8mm 카메라로 찍었던 영화와 기억과 추억이 아직까지 작품을 만들때 영감이 되고 있다고. 내생애 최고의 GV였다.
내돈내산 맛집 pick - 이태동 감독의 주력발전소
부산을 대표하는 MZ’라는 타이틀로 맛집을 추천하는 게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지만, 부산에서 대학까지 나왔으니…. 대학생 때 다녔던 집을 소개하려고 한다. 영화제에 와서 돼지국밥과 각종 회 그리 대구탕을 먹다가 3~4일쯤 지나 자극적인 시뻘건 안주들이 땡길 때 해운대 구청 뒷골목에 있는 ‘주력발전소’를 가보시라. 옆에 있는 ‘사북칼국수’ 도 로컬에서 유명한 식당이지만 저녁에는 그 옆에 있는 주력발전소도 현지인들이 꽤 많이 찾는 맛집이다. 오히려 술안주보다는 식사하기에 좋다. 대표 메뉴 이름부터 ‘돼지가 고추장에 빠진 날’ , ‘오징어가 고추 장에 빠진 날’ 처럼 영화스럽고 다른 사이드 메뉴 또한 술을 부른다. 새벽 3시까지 하니 느지막하게 가도 좋다. 대표 메뉴를 시킬 땐 우동 사리 추가 필수!
가는 길 해운대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