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4호 [프리뷰] 동쪽으로 흐르는 강 As the River Goes By
2024-10-06
글 : 홍은미 (영화평론가)

찰스 후 / 중국 / 2024년 / 99분 10.06 C3 12:30 / 10.08 L10 16:30

온갖 사물을 흔들어 놓은 지진이 일어난 날 밤, 샤오 리는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난다. 재회의 자리에서 서로를 반기며 대화 나누던 친구들은 자연스레 지진을 화제로 올리고 누군가는 현재 발생한 지진이 12년 전 일어난 지진의 여진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설일 뿐이지만 샤오 리와 그가 좋아했던 송챈을 비롯한 친구들의 현재를 보면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들이 겪은 12년 전 사건은 그들 삶에 크고 작은 파열을 냈고 저마다 상실과 죄책감을 안고 편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유려하게 교차해 가는 <동쪽으로 흐르는 강>은 인물들의 생이 진동하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샤오 리가 어린 시절에 썼던 「물속 괴물」이란 신비로운 소설을 아득한 기억처럼 들려주는 가운데 영화는 아버지와 친구,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 인물의 삶에 침전한 감정과 비밀을 서서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정교하게 구성된 이미지 안에 세속과 자연의 풍경, 존재들의 빛과 그림자, 오래된 슬픔과 후회를 제 몸처럼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 물결로 흐르며 마음의 파장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