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4호 [프리뷰] 코코넛 나무의 높이 The Height of the Coconut
2024-10-06
글 : 문주화 (영화평론가)

두지에 / 일본 / 2024년 / 100분 10.07 C3 19:30 / 10.09 L10 11:30

두지에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 <코코넛 나무의 높이>는 사랑이라는 불가해한 감정과 그 감정을 투영했던 대상이 사라지고 난 후의 텅 빈 자리를 응시하는 영화이다. 요리사로 일하는 남자는 어느 날 생선의 뱃속에서 우연히 반지를 발견하고, 이를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며 결혼을 약속한다. 영화는 결혼을 약속한 두 연인과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무력한 일상을 교차편집으로 엮어내며 병치한다. 반지를 선물 받은 후 신혼여행을 계획하던 여자는 남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지만 계획했던 여행을 감행한다. 홀로 떠난 여행의 목적지에서 여자는 자살한 여자 친구를 유령으로라도 만나기를 기다리며 여관을 운영하는 남자와 조우한다. 드라마 장르이면서 미스테리적 요소가 빈번히 틈입하는 영화는 소중했던 감정과 존재를 상실한 이들에게 완벽한 타인을 우연히 등장시키고, 전소되지 않은 감정의 궤적을 천천히 그리고 꿋꿋하게 추적함으로써 관계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영화적 문법을 보여준다. 현재와 과거, 산자와 망자, 머무는 자와 떠나는 자의 얼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몽타주하는 <코코넛 나무의 높이>는 부재를 대하는 여러 가지 태도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