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6년 전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19살에 연출한 자신의 첫 장편 <아미코>를 보고 감동하였다며 훗날 배우가 되어 함께 작업하자는 내용이었다.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쉬던 중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문득 그 편지를 떠올렸다. 발신인의 이름은 가와이 유미였다. “당시 편지를 받으면서 가와이 유미와 함께 보낸 시간은 단 3분이었다. (웃음)” <나미비아의 사막>는 오로지 배우 가와이 유미의 얼굴에서 시작한 영화다. “그간 다른 영화에서는 주변 환경에 억압받는 얼굴로 많이 등장했다. 반대로 가와이 유미가 심술궂은 얼굴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주인공 카나는 “자신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인지를 못 하는 사람”이었다. “정보량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현세대의 피로함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무작위적인 성미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에세이 「나란 무엇인가」에 제시된 “분인(分人)”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며 카나의 복잡한 감정을 설명했다. “가까운 관계에서 내비치는 자아와 사회적인 자아. 두 모습 모두 자신이다.”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불안정한 감정마저 작금의 청춘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에 갑자기 내던져진 나와 같은 또래들에게 명료한 답보다는 인생의 일부를 기록하는 영화이길 바란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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