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함마드 라술로프 / 이란, 프랑스, 독일 / 2024년 / 168분 / 아이콘 10.09 B1 15:30
여성들의 히잡 의무 착용과 관련된 정부 지침에 반기를 든 거센 시위가 이란에서 시작됐다. 변호사인 이만은 판사의 자리에 오르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선 승진이 여의치 않다. 대신 이만은 검사로 일하게 됐는데, 검사의 업무를 반길 이는 아무도 없다. 이슬람 교리에 반하는 이들의 행위를 조사하고 심문하며 종국엔 그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 검사의 손에 맡겨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심 가득한 이만은 반정부 시위, 히잡 반대 시위를 계속 주시한다. 한편으론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하려는 자식들을 엄격하게 훈육한다. 그러나 분노한 두딸 중 누구도 아버지의 위압에 굴하지 않는다. 이만의 승진을 위해 그의 의견에 동조해주는 듯했던 어머니도 이만이 딸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둬버리자 결국 자식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이만이 선물 받은, 가부장제의 위력을 상징하는 권총을 훔치는 것을 계기로 딸들은 아버지의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한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일던 시절에 촬영된 작품으로, 이란의 여성 억압적인 정책과 신권 정치의 현실이 위계적인 한 가정의 모습에 압축적으로 담겼다. 이만 가족의 서사와 같이 극화된 가족 이야기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촬영된 적나라한 시위 장면들이 삽입돼 전쟁과 다름없는 당시의 상황을 가감 없이 전한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는 서사, 편집의 흐름이 다소 거친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담아낸 이란 여성들의 의지와 용기는 영화 안팎을 연결하며 강렬하게 빛난다.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여자배우들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고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징역 8년형, 재산몰수형, 태형 등을 선고받은뒤 유럽으로 망명했다. 이후 비밀리에 올해 칸영화제에 참석한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신성한 나무의 씨앗>으로 칸영화제에서 특별각본상을 수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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