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6호 [프리뷰] 나미비아의 사막 Desert of Namibia
2024-10-08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야마나카 요코 / 일본 / 2024년 / 137분 / 아시아영화의 창 10.09 L4 16:00 / 10.10 B3 20:00

<나미비아의 사막>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한 인물이 지닌 리듬의 극단을 보여준다. 가와이 유미가 연기하는 21세의 카나는 얼핏 무기력증에 빠진 청춘처럼 보인다. 주변인의 자살 소식을 들어도 당최 공감되지 않고, 직장에서도 아무 의욕 없이 공허한 노동을 반복한다. 게다가 자신을 이해한다는 듯 구는 오랜 애인이 지겨워진 그녀는 곧 자유분방한 예술가 하야시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참이다. 권태로운 연애에서 불안정한 사랑으로 적을 옮긴 후로 카나는 새 애인과 함께할 때면 이따금 신경질적인 분노를 토해내게 된다. 사면의 코트를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스쿼시 볼처럼 카나의 성미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을 갖고 있다. 화를 내다가도 평온해지고, 친절하다가도 금새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감정 기복은 자신조차도 자세한 연유를 알 길이 없어 보인다. 야마나카 요코는 외부로 시선을 돌려 인과를 탐구하는 대신 내적 방황의 불균질한 에너지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영화를 집어삼키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직조해냈다.

정형화된 감정 공식을 벗어난 무작위의 인물을 완벽하게 체현한 가와이 유미의 저력이 돋보이는 <나미비아의 사막>은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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