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시쿠엔/ 홍콩, 중국/ 2024년/ 112분 10.08 C3 19:30/ 10.10 L10 14:30
아무도 잠에서 깨지 않은 새벽 서둘러 유축을 하고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징의 하루는 시작된다. 징은 많은 것을 눈치본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동안 육아를 도맡아준 시부모를 눈치보고, 배달 일로 심신이 지쳐 돌아오는 남편의 컨디션을 눈치보고, 화장실에서 급히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상황을 눈치보고, 시종일관 울기만 하는 아이를 눈치본다. 원래 살아가는 게 고역이라지만 고통의 수준이 징의 임계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출산과 함께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버린 징은 삶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는 다큐멘터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징의 궤도를 멀리서 관찰한다. 마치 어딘가 존재하는 보편적인 생활을 목격하듯, 잔잔하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전달한다. 징이 직면한 문제를 일찍이 경험했던 이전 세대 여성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모습은 출산과 육아가 성별 문제가 아닌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기인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비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객관적인 태도가 눈에 띈다. <스틸 휴먼>을 연출한 올리버 시쿠엔 찬의 두 번째 장편이다.